늦봄의 용문사 가는 길
더워지면 산 오르기 매우 힘들 것 같아서 토요일 아침을 먹고 용문사로 출발했다. 다행히 주차장 자리도 넉넉하다. 주차비와 용문사 공원 입장료까지 둘이 만원 나오는 것 같다. 만 7세 이하는 무료라 다행히 두 아이는 그냥 들어갔다. 지난겨울에 왔을 때 하고 정말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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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만에 용문사를 드디어 방문했다!!!
주차장까지 가서도 들어가지 못했던 용문사를 드디어 방문했다. 용문사는 주말농장과 가까워서 가기 용이하련만, 주말마다 농장 생활하느라 가지 못했었다. 하루는 날 잡아서 갔건만 주차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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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입구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나무가 심상치 않다. 마치 2D그림을 보는 것 같은데 실제 나무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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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평면적인 나무색이야.
날씨가 더운 편도 아니였고 나는 살짝 추웠건만 아이들은 아니었나 보다. 반팔을 입고 둘 재는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다녔다. 둘째는 요즘 공주에 심취해있는 관계로 24시간 드레스 차림이다. 팔랑팔랑 콩콩 잘 뛰어다닌다. 어느새 이만큼 커서 혼자서도 잘 뛰고 걷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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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방문엔 눈도 오고해서 옆길에 흐르는 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물이 쓰나미처럼 꿀렁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에 아이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잘 따라 올라갔다. 비가 온 후라 내려오는 물 양도 많고 맑고 산뜻했다. 관리가 잘되어 있어서 쓰레기 하나 없다. 잘 닦여인 길과 옆에 흙돌 길이 공존하는데, 편리함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아, 다만 야영장에도 템플스테이에도 사람들이 있어서 차들이 오가는지라 좀 위험했다. 올라가는 길이 낭떠러지에 차한대 반쯤 다닐 수 있는 작은 도로였기 때문이다. 애들 데리고 올라가는데 불안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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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다른 맛이 있어 좋다. 산골짜기를 따라 올라가서, 나무그늘도 많다. 여름에 와도 덥지 않게 올라갈 것 같다. 그리고 그늘이 많아서 그런지 우리 농막이 있는 곳보다 식물들이 아직 초봄에 머무르는 것 같다. 꽃도 많지 않고 한참 자라 오르는 식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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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상징 용문의 대표 은행나무다. 일반적인 은행나무와 사뭇다르다. 연세가 아주 많으신 할아버지가 '어서 와'하는 손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명한 은행나무들과는 확실히 다른 형태에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아이에게 나무가 백 살이 넘어 천살이 넘었다는 말을 해주니 무척 놀란다. 나도 실감하기 어려운 백 년의 무게를 알지 모르겠다. 그리고 천년의 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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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야영장쪽 공터로 왔다. 너른 공터와 냇가를 연결한 돌다리가 평온하고 아름답다. 여기가 내 정원이었으면.... 잡초 뽑느라 허리 끊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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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 피곤했는지, 내려오자마자 농막에서 낮잠을 한숨잤다. 애들은 쌩쌩하게 놀고.
한여름이 될때, 가을이 넘어갈 때 또 들러봐야겠다. 농막에서 1년을 보내고 나니 1년을 지켜보고 기록해두는 게 참 좋다. 글들을 보면 휘리릭 1년이 지나간다. 단순한 삶이 여행이 되는 순간이다. 다음번엔 세미원을 가볼 생각이다. 코로나로 미루고 미뤘는데, 이제는 이 코로나가 생활이 된 까닭에 마스크 꼭꼭 쓰고 다니면 무섭지 않다. 아마도?
참, 내려오면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차를 타자마자 한참을 비가 내리더라. 올라오는 한 아빠를 보며 남편과 엄지척을 했는데, 그분은 바로 내려오셨을까? 그분은 등에 등산용 유아 캐리어를 한체 3살가량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등에 짊어지고 '4시간이면 충분하겠네'이러며 산을 올라가셨다. 농막에 도착해서도, 하루가 지난 오늘도 그분의 그 후가 참 궁금하다. 엄청난 근육 엔진을 장착한 분이 부럽기도 하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