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6

쏟아버린 커피 한 잔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오는 길은 무척이나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다. 완전한 겨울이 되어가는가 보다. 이런 날은 뜨끈한 국물이나 뜨거운 커피가 생각난다. 11월 한 달은 생활비를 많이 절약했었다. 먹고 싶어도 마시고 싶어도 그 값어치를 생각해서 지출비용을 최소화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날은 3,500원의 값어치는 훨씬 웃도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당긴다. 늘 같은 값이지만,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느껴지는 값어치가 달라진다. 오늘은 대략 만원 어치의 느낌이다. 새로 생긴 커피숍은 생길 때의 걱정과는 다르게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우선 매장 규모도 적당히 크고, 아늑한 노란빛의 색감과 하얀벽에 꽂힌 책들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제법 좋다. 에그타르트 같은 맛있는 베이커리도 그 분위기에 한몫한다. 에그타르타까지 사..

[81/100 - 100개의 글쓰기] book.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책마다 고유의 무게가 있다. 몇 g으로 따져지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면 가슴에 남게 되는 무게다. 편안한 느낌의 일러스트표지를 가벼이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저 프롤로그일 뿐인데, 갑자기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작가는 얼마나 많이 이 부분을 고쳐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한 글자 한 글자 담담히 적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우리 가족을 대입시키며 읽게 되었고 더 무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작가는 네가지 시점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암에 걸린 아빠가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시점, 의사가 되어 그때를 되돌아보는 시점, 의사로서 환자를 보는 시점, 그리고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는 시점이다. 앞뒤가 있지만 거의 이 순서로 글을 썼다. 암이라는..

[68/100 - 100개의 글쓰기] 오늘 하루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별로였다. 요즘 종종 그렇다. 불규칙하게 잠을 자면 더 그런 듯한데, 그렇지 않더라도 냉방병스럽게 아프다. 이러다 큰 병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잠시 해본다. 손끝에 가시만 들어가도 파상풍을 걱정하는 타입이라 조금 더 오버해서 생각해본다. 원래는 캘리그래피를 배우러 가야 하는데, 아픈 핑계로 가지 않았다. 이런 날은 운동을 하러 가는 게 좋다. 운동을 가나 마나 한참을 고민하다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돈 후에 운동을 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길하나 만 건너면 되는데, 문득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던 공원이 생각났다. 나는 그곳을 '나만의 정원'으로 삼았는데, 너무 오래도록 가지 않았다. 나만의 정원은 시에서 관리해주고 있어서 일 년 내내 아름답다. 예쁜 ..

[57/100 - 100개의 글쓰기] 토닥 토닥

큰 아이는 예민해서 그런지 잠을 잘 때면 무섭다며 엄마품에 파고들곤 한다. 어젯밤에는 쫑알거리며 자신이 봤던 명탐정 코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 꼬마가 따라와서 자신에게 독침을 쏘면 어쩌냐는 것이다. 그 꼬마는 독침이 아니라 마취총으로 잠들게만 한다고 설명을 해줘도, 큰 아이에겐 ‘독침’으로 각인되었나 보다. 그러면서 자신은 원래 잠을 잘 못 잔다는 둥 뭐라 뭐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말을 안 하면 금세 잠든다고 설명해줘도, 자신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이기에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뫼비우스의 띠 같다. 말을 더 이상하면 안된다고 가벼운 협박을 하고, 큰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말을 곧잘하고 자기 고집과 생각을 갖춰나가는 중이라 많이 자란 듯해도, 큰 아이의 엉덩이는..

[53/100 - 100개의 글쓰기] 살림하기 싫어서 미니멀리즘을 꿈꿔본다.

유튜브의 새 채널을 만들면서 새로운 추천 영상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필요한 알고리즘은 [감성, 미니멀리즘]이었나 보다. 미니멀리즘-여행, 미니멀리즘-감성, 미니멀리즘-집안일 등이 보인다. 나도 잡지나 영상에서처럼 깔끔하고 단정하게 하고 살고 싶다. 아이가 있다는 핑계도 있지만 우선은 좀 게으른 게 가장 큰 문제인듯하다. 일전에는 영화 를 보면서 열심히 집안일을 했다. 이 영화만 틀어두면 주인공을 따라서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거다. 그래서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보면서 지냈다. 마침 여름이었는데, 가을 겨울 편을 보니 시원한 느낌도 들고 좋았다. 이 추천영상들이 자꾸 나를 자극한다. 차츰차츰 불필요한 것들을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고 있다. 치울 의욕조차 없었는데, 조금씩 구성을 바꾸거나 청소를 하면서 ..

[46/100 - 100개의 글쓰기] 글을 매일 쓴다고 잘 써지냐고?

어제 남편에게 핀잔을 들었다. ‘ 매일 글을 쓴다고 잘 써져요? 얼른 잠이나 자요’ 잠을 자려다 급하게 일어나 타자를 치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 말을 곱씹으며 내일 글로 적어내리라 생각했다. 앞서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나는 그림을 오래 그렸고, 댄스 강사도 2년 넘게 했었다. 아 그리고 외국어 공부 (영어, 한때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쌓이는 힘에 대해서 안다. 하루 한 문장만 영어로 쓰더라도 확실이 공부가 된다. 다만 매일 다른 글을 써야 한다. 경험이다. 많은 대작가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써 내려간다. 하루키 작가도 그런다고 한다. 그 외 여러 작가들은 글이 안 써져도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쓴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뭘 그릴지 몰라도 그림을 무작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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