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107

현기증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방문을 나서는데 현기증이 일었다. 순간 눈앞은 검은색으로 깜깜해지고 중심을 잃고 뒷걸음을 쳤다. 그저 중심잡으려고 제대로 서려고 하다보니 뒷걸음을 치게 되었고 3m 쯤 지나서 장농에 부딪혀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침 방문 앞을 지나가던 남편이 달려왔다. 무언가 나르고 있던 모양이라 다소 늦게 왔기에 그리 심각한거라 생각은 안했는데, 오후에 남편이 자기가 과남(? ㅋㅋ)이 되는 줄 알았단다.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긴 하다. 요즘 너무 체력이 떨어지니 이런일도 생기는 구나 싶다. 머리가 핑돌면서 기절하는게 어떤건지 궁금했는데 나름 재미난 경험을 했다. 하지만 다신 하지 말자. 중학생때도 급작스레 일어나다 현기증이 일어 난적이 한번 있긴하다. 그때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끌려다니는 입장이라..

사과의 정석

사과받을 일이 생겼다. 약속에 늦는 이유를 말하더니, 이윽고 다음 전화에는 좀 더 늦게 올거라고 했다.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전화해보니 역시나 오늘은 어렵다는 것이다. 화낼것까지야 없다고 스스로 다독여본다. 이 사람을 만나 운전교습을 받으려고 했던거라 사실 다른 대안을 찾는 것도 매우 귀찮은 일이다. 사과없는 사과를 듣자니 생각이 깊어져 여기에 글을 남기고 생각에서는 덜어내보려 한다. 역지사지다. 사과를 할때 어떻게 해야할까? 굳이 감정적으로 호소할 필요가 없다. 내가 그로 인해 미안함만 표시하면 된다. 굳이 구구절절할 필요가 없다. 딱 간단하게 요약만 하여 상황을 알려주어야한다. 그리고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미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보다 귀한 시간을 뺏아 갔다. 나의 시간이 귀한만큼 남의 시간..

나는 체조선수가 될거야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나와 친구는 자신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빨간 책가방을 메고 국민학교(그렇다 나는 국민학교 나왔다...) 정문을 나서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나는 체조선수가 될꺼야 그래서 매일 연습하고 있지’그 연습은 앞구르기 뒷구르기였다. 그것마저 앞구르기 하다 잘못 떨어져 가슴통증으로 그만 두었었다. 친구는 나의 이런 황당한 꿈에 이렇게 댓구해줬다. ‘그래, 너는 열심히하니까 꼭 체조 선수가 될거야.’친구의 말에 사실 살짝 당황했었다. 내가 체조선수가 되는 일은 너무 허무맹랑한 일이란걸,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내가 연습하는 걸 본적도 없었고 그저 나의 말 한마디에도 저렇게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 돌이켜보면 나의 ‘할수 있어’라는 자신감 중 한 부분은 ..

사과를 먹는 다는 것

사과를 깎다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사과를 고를 기회가 적었습니다.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주시는 사과를 그저 받아먹었으니까요. 편의점에서 사과를 팔기 시작하자, 가끔 먹고 싶을 때 사과를 사 먹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과의 맛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맛있는, 가끔은 맛없는 사과를 먹게되니까요. 값이 비싸다고 사과가 맛있진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사과를 준비하면서 사과를 고름에 좀 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집 앞 맛있는 사과를 사 먹던지 아니면 생협에서 파는 조금 더 비싼 유기농 사과를 사던지 선택의 폭을 넓혀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의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세대는 유기농이란 단어가 낯선 세대이기도 하지만, 같은 값이면 양이 많은 쪽을 선택해야 하는..

김밥한줄, 미역국, 그리고 깍두기

아이를 데려다주고 하원 하는 길에 가끔 가던 김밥집에 들렀다. 일을 한다고 어제는 2시까지 컴퓨터를 켜놓고 일하는 둥 마는 둥 그렇게 시간을 보낸 탓에 피곤했다. 아이들도 이런 날은 어떻게 아는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엄마도 일어나라고 성화를 부렸다. 애절하게 엄마가 나와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큰 아이의 마음이 통했는지 나는 침대 밖으로 나와 거실 바닥에 누워있다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도 다시 겨울이 온처럼 추운 날이었기에 오랜 시간을 들여 잘 입히고 아이들 등원을 시키니 몸이 더 노곤했다. 그런데 김밥집이 눈에 띄더라. 나도 모르게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이 김밥집 문을 열고 들어가 메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보통은 사다 집에서 먹는데, 오늘은 나도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나가리라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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