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지옥과 관련된 세밀한 묘사가 압권이라는데, 나는 도저히 이런 책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피가 나오거나 무서운 장면이 있는 것, 특히나 책으로 쓰여져 있다면 더더욱 오래 남아서 무섭다. 이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문에 '여기들어오는 너희 희망을 버려라'라고 적혀 있다는데, 가만보니 현재 내가 지옥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육아지옥이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 하루가 다르게 큰 사고를 친다.
몇살이 지나면 좀 나아져요 라는 말은 몇살 지나면 또다른 고생문이 열려요 라고 들린다. 대학가 있는 학부형(?)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얼마나 힘든 고난을 겪었는지 설명을 해주는데, 나의 미래의 일인지라 벌써부터 답답함이 밀려온다. 현재 나의 3살 5살짜리 아이들은 쉼없이 소소하고 큰 사고들을 친다. 전선들을 잡아당겨서 엉켜놓기도 하고 물건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는 건 기본이다. 나는 분명 10분전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해두었다. 무려 1시간은 걸려서 만들어 둔 걸, 아이들이 채 10분도 되지 않아 혼돈으로 만든다. 어찌나 말도 안듣는지, 설득도 설명도 윽박도 소용없다. 그들을 협박하는 것은 텔레비전 시청과 과자 정도를 통해서랄까. 집안일과 아이돌봄으로 하루하루가 큰 차이가 없이 지나간다. 나는 희망없는 육아지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말부부라 온전히 나의 일이기에 나는 이 답답함을 어디에 풀길도 없다. 이렇게 육아를 하기 전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간걸까. 대화하는 대상은 아이들뿐이라 점점 더 웃거나 떠들던 나는 없다. 그래서 자꾸만 나만의 일들을 찾나보다. 어쩌면 현재 우울증인지도 모르겠다. 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지옥속에서 우울한지도 모르겠다.
늘 즐겁고 행복한 아이들을 향해 나는 오늘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어서 침대로 들어가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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