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이 오는 느낌이 제법 괜찮은 날이었다. 보통은 큰 아이가 벨을 누르면서 장난을 치는데 작은 아이가 문을 두드린다. 아 또 장난 치는구나 하고 느리적거렸다. 그때 작은 아이가 라고 소리를 친다.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급하게 문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냐는 물음에 라는 대답을 듣고 실내복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미친 듯이 뛰었다. 제발 제발 최악의 상황은 아니기를 바랐다. 작은 아이도 책가방을 그대로 멘 채 앞서 뛰어갔다. 뛰어도 뛰어도 안 나온다. 거의 피아노 학원에 다다라서야 누군가 바닥에 누워있고 머리를 손으로 바치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내 아이와 가해자로 보이는 여자다. 나는 아이 바로 앞까지 달려가 무릎을 꿇고 를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