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게 맛있는지 잘 모른다. 에그타르트가 내게 그랬다.
나의 첫 에그타르트는 아마 홍콩에서 먹은 그 유명한 홍콩의 타이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였던 것 같다. 첫 홍콩 여행을 계획하면서 늘 그랬듯, 최고의 맛집과 최고의 관광지를 필수로 짜서 돌아다녔다. 에그타르트 하나 먹겠다고 그 구석진 곳까지 찾아갔다. 그때는 약 2천 원 정도 했다. 그 후, 두 번째 찾아갔을 땐 2천 오백원으로 올라있었다.
네명이 가서 친구들과 각 한 개씩 주문하고, 안 어울리는 콜라도 추가해서 가게앞작은 선반앞에 서서 야무지게 먹었다. 치아가 부드럽게 들어가는 촉촉하고 달달한 맛에 다 먹어 치우기까지 채 2분도 걸리지 않았다. 근처 관광지를 살짝 둘러보고 내려오다 아쉬운 입을 다시며 다시 한개씩 사왔다. 사실 그때는 그게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입안을 잘 감싸고 잘 넘어간다 정도였지. 이때만 해도 사실 입맛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늘 깡마르고 입 짧던 때인 데다가 나는 사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다. 지금도 자주 먹게 되는 걸 '내가 좋아하는구나'라고 여기는 정도다. 이렇게 자주 먹는 것들도 곧잘 질려서 다양하게 음식을 찾아먹는다. 그때는 더 그랬으니 이 에그타르트 맛있다거나 좋다거나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내 입은 그 촉촉한 느낌이 매우 좋았는지 한국에 와서도 에그타르트가 보이면 자주 사먹곤했다.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에 자주 사 먹던 곳이 있었다. 치즈 타르트부터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판매를 했는데, 입에 잘 맞았다. 작은 덩이 하나가 삼천 원은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영어 공부하러 갈 때만 사먹었다. 그곳으로 갈 일이 없어져서 에그타르트를 먹게 되는 일은 점차 줄었다. 하지만 빵집이나 커피숍이든 눈길이 닿는 곳에 에그타르트가 있으면 한 번쯤 사 먹어보곤 했다. 그러다 그 횟수도 줄어들었다. 홍콩에서 먹었던 맛은 아니더라도 신촌에서 먹던 맛의 반의반이라도 하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너무 달거나 너무 텁텁한 맛에 그 작은 한 덩이의 반만 먹고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 곳이 많았다. 바삭하게 구웠지만, 중심점의 촉촉함을 점차 닮아 겉 또한 어느 정도는 촉촉해진 타르트 부분과 달걀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지만 비릿한 맛은 없이 달달함을 살짝 담고 있어야 할 에그타르트는 찾기 어려웠다.
어느날 한참 공사를 하고 있던 동네 가게를 보았다. 가게명을 보니 이건 또 카페각이다. 주변에 카페가 참 많다. 망원동에서 제일 많은 건 카페와 미용실이다. 그 옆동네이자 바로 맞닿아 있는 우리 집 부근도 다르지 않다. 신기한 건 이렇게 카페와 미용실이 많은데 둘 다 제법 손님이 많다는 거다. 새로 생기는 카페가 어떨지 궁금했다. 카페가 많지만 마음에 드는 곳은 드물었다. 장시간 머물며 커피를 음미하고 책도 보는 편한 곳이 생기면 좋으련만, 이 일대에 생기는 카페들은 죄다 사진 찍기만 좋은 곳이 많다. 작은 테이블이 무릎 정도에 오는 곳도 많다. 달랑 커피 두 잔으로 가득한 테이블은 무척 불편하다. 더군다나 애기들이 둘이나 있는 나로서는 값비싼 장식품들이 있고 어두침침한 카페가 별로다.
이윽고 카페가 정돈되고 오픈되었다. 이 카페는 한 쪽면이 책으로 가득 찼고 한가운데는 빵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4인용이 이용하기 편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밝은 곳이었다. 물론 2인이 앉는 곳들도 많았다. 커피맛도 두 가지로 나뉘어 주문 가능하니 우리 부부에게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개장 첫날부터 사람들이 가득 찼고, 커피 애호가인 남편을 위해 커피를 사러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빵들이 나를 반겼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들렌과 에그타르트였다. 사실 이 카페 건너편에는 제법 유명한 빵집이 있다. 나도 무척 좋아하는 곳인데,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곳의 에그 타르는 너무 작았다. 손가락 두 마디가 두 개 정도 되는 작은 크기에 천이백 원이나 하다 보니 차마 애들에게 자주 사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 멀더라도 큰 마들렌을 파는 카페에 일부러 들러 사주곤 했는데, 이곳에서 딱 원하는 사이즈에 이천 원에 파는 마들렌을 발견했으니 너무도 반갑고 좋았다. 그리고 그 옆에 반질거리는 배를 보이며 방긋 웃은 에그타르트도 보였다. 마들렌 두 개와 에그타르트 한 개 그리고 커피 두 잔을 들고 밖을 나왔다. 산책길이었기에 우리는 근처 초등학교에 애들을 풀어놓고 커피를 마시며 에그타르트를 사이좋게 반을 갈라 먹었다. 두 개를 사도 좋았지만, 전에 사 먹던 곳의 에그타르트가 너무 별로라 남편은 좋아하지 않았다. 한 입 베어물던 남편이 말했다.
'홍콩에서 먹었던 에그타르트가 생각이 나네요.'
나는 홍콩을 무척 좋아해서 여러 번 다녀왔는데, 남편과도 한번 다녀온 적이 있다. 물론 맛집 중심으로 끌고 다니며 먹었고 그중에 하나가 에그타르트였다. 나는 입안 가득한 에그타르트를 오물거리며 넣고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그렇네. 이거 홍콩에서 먹던 것과 비슷하구나. 그리고 남편님도 이 에그타르트는 싫지 않은 듯하구먼.' 자주 사 먹을 듯한 예감이 든다. 커피맛도 남편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부근 커피숍을 다 들러도 남편은 차라리 이디야에서 먹는 게 낫다며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참, 다행이다. 맛있는 에그타르트와 커피를 파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근처에 생겨서 다행이다.
비 오는 오늘 아침도 아이들 등원을 시킨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종이봉투에 든 에그타르트 한개를 쥐어 들고 집으로 왔다. 느근하게 소파에 등을 기대고 조심스레 꺼낸 에그타르트를 한입한입 음미하며 목으로 삼켜 흘러 보냈다. 이런 날은 백수인 내가 참 좋다. 비가 창밖으로 퍼붓고 커피향은 방안을 채우며 에그타르느는 내 입안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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