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후반까지 유행과는 먼 거리의 삶을 살았다. 시장통에 쌓여있는 옷더미 속에서도 멋진 옷을 잘 고르던 엄마나 여동생과 다르게 스스로 센스가 없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주목이나 품평은 낯설기 때문이었다. 하나로 묶은 긴 생머리에 마른 몸을 가리기 위한 7부 티셔츠와 카고 팬츠가 기본 아이템이었다. 그런 나에게 변화를 준 건 두 개의 사건이었다. 첫번째는 스윙댄스였다. 스윙댄스를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합리는 ‘예쁜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츰 화장을 시작하고 스윙 추기 좋은 옷들로 골라 입기 시작했다. 연보라색에 하늘거리는 미디스커트와 망사로 덧대고 어깨에 공주 뽕이 있던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금색 츠팽글 플랫 슈즈를 기본으로 입고 다녔다. 머리는 반 묶음으로 하기도 하고 돌돌 말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