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이 귀하던 겨울에 아빠가 가끔씩 사 오시는 귤 한 박스는 저희 삼 남매의 귀중한 간식이었어요.
이 간식이 일주일이나 갔을까요? ㅎㅎ
우리 삼 남매는 손가락이 노래지도록 까고 까고 또 까먹었지요.
조금 가난한 유년시절이었지만, 저는 입맛이 까다로웠습니다. 같은 상의 국이 두 번 이상 오르는 거 싫어하고, 상할 듯한 음식에 극도로 예민하지요.
<— 이 것은 뒤에 얘기할 것에 미리 약 쳐 놓는 것입니다. 후후
저희 남편은 귤을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한 2주일간은 먹을 듯한 귤을 하루 만에 다 먹을 정도로 귤을 사랑합니다. 아, 오렌지도 사랑합니다. 남편을 닮았는지 딸들도 귤을 사랑합니다. (아니, 귤은 전 국민이 다 사랑하는 과일인가요? ㅎㅎ ) 어디를 놀러가든 귤만 있으면 ok이기에 가급적 귤을 챙겨가며 까 먹이고 까먹습니다.
큰 아이만 있을 때 차 안에서 제 자리는 뒷좌석이었어요.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니까 제 자리는 다시 남편의 옆자리, 보조석이 되었지요. 보조석에 앉은 사람의 가장 큰 의무는 운전자가 배고프거나 외롭거나 슬프지 않도록 돕는 일입니다. ㅎㅎ
그날도 귤을 까주면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길이였습니다. 그날따라 귤이 참 맛이 없더라고요. 저는 맛없는 건 잘 안 먹습니다. 안 참습니다.
귤을 몇 개 까먹다가
‘아.... 이거 남편 먹으라고 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냥 참고 냠냠 먹었습니다.
그때, 남편이
“이거 먹어봐요. 여봉”
이라며 자신이 먹던 귤의 남은 부분을 건네줍니다. 찔리는 게 있었지만, 아무 말 않고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