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11/100 - 100개의 글쓰기] 치킨에 맥주

uchonsuyeon 2019. 6. 29. 22:05

 

 결혼 전까지 치킨도 맥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맥주도 그 자체보다는 소주와 섞은 쏘맥을 사랑했고, 보드카나 잭콕 같이 증류수가 섞인 술을 좋아했다. 남편은 1일 1 닭이 가능할 정도로 치킨을 좋아한다. 그리고 맥주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살면서 닮아간다더니 나도 어느새 치킨과 맥주를 즐기게 되었다.

 처음에 치킨 두어조각을 먹고 맥주 500cc도 채 반을 못 마시고 남편에게 넘겨주었는데, 지금은 치킨 반마리는 즐겁게 먹고 맥주도 얼추 다 마신다. 어느 날은 남편이 볼맨 소리로 ‘아니 치맥 안 먹던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한 거예요?’라고 묻더라. 그러고 보니 그렇다. 지금은 치킨집마다 선호하는 치킨도 생기고 쿠폰도 몇 번을 바꿔 먹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 밤에는 잘 안 먹었는데, 이러한 습관 때문에 살도 쉽게 안 빠지는지 모르겠다. 혼맥을 하더라도 맥주 한잔 안주 없이 먹던 나는, 아주 오래 전의 나 같다. 

 그렇지만 치맥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좋다. 우리는 축구경기때 치맥을 먹진 않는다. 축구를 즐겨 보지도 않을뿐더러 남편은 무작위적으로 당길 때마다 먹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말부부라 금요일에 집으로 오면서 치킨 주문을 부탁하곤 한다. 주 1 닭은 먹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성향을 닮아가는지 둘 다 치킨을 제법 먹는다. 그렇다 보니 점점 메뉴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치킨 메뉴로 옮겨가고 있다. 노랑 통닭의 파닭은 파가 따로 나오기 때문에 일부 덜어먹을 수 있다.
 아이들이 어여 자라서 모든 메뉴의 치킨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소망은 치킨에만 한정되진 않는다. 매운 국수나 다른 매운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에 갑자기 내 음식이 맛없어졌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원래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맛없다는 생각에 고민해보니, 모든 음식을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밍밍하게 만들어서였다. 건강에 좋은 간 없는 음식은 맛이 그렇다. 그래도 요즘은 큰 아이가 깍두기나 김치류를 잘 먹어서 매운맛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둘째는 아직 고춧가루 하나에도 서럽게 운다. 

 매운 음식뿐만 아니라 맥주도 함께 마신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뭉클하다. 그땐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이들이 안마셔 줄지도 모른다. 나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내가 늙어서도 아이들이 다 커서도 치맥 정도는 한 달에 몇 번 사줄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도 기꺼이 우리를 위해 치맥도 사주고 떡볶이도 사주고 라볶이도 사주고 쫄면도 사주면 좋겠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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