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20/100 - 100개의 글쓰기] 진밥과 된밥

uchonsuyeon 2019. 7. 9. 11:23

 

 나는 진밥이 싫다. 아마 목구멍이 예민한 것 같다. 목구멍에 진밥이 넘어가면 거부반응을 일으켜 도로 뱉는다. 그나마 죽은 아플 때마다 먹다 보니 먹는 게 나아졌지만, 아직도 진밥은 삼키기 어렵다. 이런 식성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된밥을 하는 데다가 현미밥이다 보니 다소 딱딱한 밥을 먹인다. 아이를 봐주시던 분도 된밥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된밥만 먹고 자랐다. 

 진밥 중 최악은 진밥으로 한 볶은 밥이다. 떡도 아닌 것이 오묘하게 먹기 힘든 상태가 된다. 솔직히 구역질을 할까 봐 미쳐 손대기도 힘들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때가 있다. 남의 집에 가거나 누군가 진밥으로 밥을 해올 때다. 싫은 내색 안 하고 꾸역꾸역 먹는다. 희한하게 이럴 때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다. 그냥 무례하게 저는 진밥을 못 먹어서 먹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해야 할까. 식성이 관대한 사람은 식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것도 비슷하다. 대게 이런 사람들 - 남도 자기처럼 관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례한 경우가 많다. 남의 공간, 남의 물건, 남의 시간을 소중히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해서 무례하게 받아 드리는 걸 수도 있다. 좁은 마음에 관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이 나에겐 편안한 장소이고, 손님 대접하고 나누는 게 좋다. 다만 정확한 시간과 날짜 그리고 인원수가 있어야 한다. 기습 방문도 좋아하지만, 그건 극히 친한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 나는 적어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알맞은 음식을 준비해서 나누고 싶다. 그 사람과 내가 같이 먹기 적당한 음식도 고민하면서 손님맞이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손님이 가고나면 드는 생각이 있다. 한쪽은 ‘혹시 섭섭하게 하지는 않았나?’라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내가 섭섭하다’라는 생각이다. 대부분은 선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가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나에게 진밥을 먹인 사람이다. 이런 부류는 대화를 해도 만나도 함께해도 어떤 노력을 해도 두어 시간만 지나면 헤어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고민은 나에게로 향한다. 내가 진밥을 싫어하는 티를 안냈나?  함께 있으면 불편한 티를 안 냈나? 결국 사람과 사이에서 맺고 끊음은 나로부터 시작하는데 괜히 마음 쓰고 걱정하고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을 끊어냄으로써 그 사람이 속상한 것도 싫어서 끊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또다시 결정의 시간을 뒤로 미뤄 본다. 다음 번에는 진밥 안먹는다고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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