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54/100 - 100개의 글쓰기] 사람들은 겨울동안 내 손을 사랑했다

uchonsuyeon 2019. 8. 12. 11:32

  사람들은 겨울 동안 내 손을 사랑했다.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내 몸의 모든 열이 손에 모인 걸 모르는 사람들은 모든 열을 앗아갔다. 손이 식어버리면 금세 몸이 아프다. 마법 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체질이 그랬다. 허약한 체질. 피부가 검은 편이라 건강하다고 오해하며 살았지만 나의 체질은 허약했다. 비염과 신경성 대장 증후군, 그리고 수족온증(그냥 지어본 이름이다.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비염이 좋아지고 신경성 대장증후군이 좋아졌다. 선생님 말씀이 손발이 뜨거운 건 '수족냉증'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한 겨울에도 손발이 뜨거워서 이불밖에 손발을 내놓고 잤다. 한 여름에는 절대 두 손을 맞잡지 않았다. 그냥 그런 체질인 줄알았다. 한의원을 다니면서 다른 부분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수족온증도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덜 더운 느낌도 들었다. 

 성군이면 백성들이 임금의 존재를 모른다던데, 건강도 그런갑다. 어느 순간 내 손발이 뜨겁다는 생각을 잊고 살더라.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 내 발들이 서로 마주했다. 지금 같이 더운 여름날이면 그건 핫팩 두 개가 서로 몸을 부대끼며 화력을 증가하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니더라. 어라. 어느 날부턴가가 나는 예전만큼 손이 뜨겁지 않다. 에어컨을 무척이나 싫어하고 추위를 타던 나도 없다. 가만 생각해보니 둘째를 낳고부터 그렇다. 

 아이를 낳으면 체질이 바뀐다. 나쁘게도 좋게도. 나는 좋은 쪽으로 나아진 것같다. 아직도 추위는 좀 타지만, 견딜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겨울에는 더워서 장갑을 잘 안 꼈는데, 이번 겨울에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야겠다. 작년에 어땠는지 고민해보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 올해 꼭 기억해두었다가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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