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TV를 켜지 않았다. 아니 잊고 있었다. 아침마다 하는 루틴을 따라 시작하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깨어나 엄마 옆에 붙어 있다 보니 그랬다.
애들에게 아침밥을 내어주고 쌓인 설겆이를 하다 보니 9시가 다되어서 겨우 내 식사를 시작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자기 밥을 다 먹고 작은 방과 안방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식사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내 할 일들을 목록 만들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아직 TV 안 켠 것이 생각났다.
TV를 없애고 싶어도 나의 평화를 위해 차마 그러진 못했는데, 그런 효과가 나고 있었다.
둘째가 커가고 있기도 했지만, 주요한 원인은 큰 아이의 심심함 때문이다. TV나 유튜브에도 한계가 오고, 사회성이 발달하고 있는 6살에게 친구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매는 친구같다. 사이가 나쁘던 좋던 친구의 관계에 가깝다. 둘째의 말수가 많아지고 놀이의 개념에 대해 점점 알아가니, 큰 아이도 친구로서 같이 놀아주게 되었다. 놀이를 만들고 창의력이 뛰어난 큰 아이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둘째에게 놀이의 장으로 인도한다. 그 과정이 퍽 즐겁고 엄마로서 행복한 광경이다. 둘째가 밉다고 없어졌다고 하던 큰 아이의 변화가 놀랍다. 딱히 엄마로서 잘하는 것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좋은 사이가 되는 건 엄마에게 큰 행운이자 행복이다.
그 소소한 변화에 있어서 엄마의 역할은 두가지였다.
1. 설명을 해준다. 행동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시켜주니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행위가 줄어들었다.
2. 역할을 부담해주고 설명해준다. 왜 큰 아이가 엄마를 더 도와주고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 행동을 했을 때 얼마나 엄마가 행복하고 네가 예쁜지 설명해주니까, 아이가 알아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중요한 일은 '엄마의 행복'이 우선 되어야 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기분이 나쁜데 아이들에게 마냥 잘할 수 없다. 잘하더라도 그 한계에 부딪혀 폭발하게 된다. 그전에 미리미리 마음의 어두운 감정을 뽑아내야 한다. 정자체 글씨 쓰기를 잘하자라는 목표로 매일 조금씩 글씨 연습을 하고 있고, 장기 프로젝트로 내 일을 시작하면서 나의 정서적인 안정감이 찾아오고 있다. 나는 가정일에 대한 충실함보다는 내 일을 하는 게 더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깨끗한 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일 10분 정도 청소 정리를 아침에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같이 하도록 유도한다. 혼자 하면 빨리해도 재미없는 걸, 아이가 같이 할 때 더 즐겁고 뿌듯하다.
사실 이 변화는 남편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바쁘고 힘들 때엔 그냥 유튜브 보여줘라'
잊고 있던 나의 지론도 다시 떠올리면서 마음의 평화가 왔다. 가정보육을 하니 엄마로서 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나 보다. 다시 내려놓고 나니 나에게도 안정이 오고 아이들에게도 웃음을 돌려주게 되었다.
마보앱을 통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어쩔 수 없으면 받아들여라'라는 문장을 통해서 이제 코로나로 인해 불평 분만을 좀 줄이기로 했다. 현재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 상황에 불평만 해서 어떤 이득이 있겠는가. 그저 하루하루의 조그마한 변화와 기쁨을 만끽하면서 살아가리라.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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