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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성인) 뇌수막염 투병

uchonsuyeon 2021. 11. 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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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열_그리고두통

39도가 넘는 고열에도 그냥 열감기로 치부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열감기이기를 바랐죠. 주말부부에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다 보니 엄마는 아프면 매우 곤란하거든요. 주말에 양평에서 약속이 있기에 아픈걸 타이레놀로 버티며 갔어요. 그러다 약도 안 받는 시점이 되자 근처 병원으로 갔지요. 

#원인불명의열

원인불명의 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해열 링거를 맞았어요. 그리고 반짝 좋아지더군요. 몇 시간 좋더니 저녁이 되자 더 아파지기 시작했어요. 모든 약이 안 받았으나 날이 너무 어두워져서 다음 날 일찍 서울로 올라오기로 했어요. 

#뇌수막염의심

일요일에 여는 병원을 찾아가니 의사 선생님이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며 응급실로 가보길 권하셨어요. 

#뇌수막염확진

긴 기다림 끝에 들어간 응급실에서 뇌수막 검사를 위해 척수액을 뺐는데, 약 20분 이상을 웅크리고 옆으로 누워 기다렸어요. 그리고 뇌수막염 확진을 받았네요. 

#열_두통_뒷목결림

다행히도 병실이 날이 바뀌기 전에 나와서 입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해가 떨어지면 극심한 열과 두통에 시달렸지요. 뇌수막염의 특징 중에 하다가 뒷목 결림이더라고요. 뒷목이 흔들리면 두통도 더 심해지고 극심한 고통에 할머니 자세로 걸어 다녔어요. 

#악몽인지창작몽인지

열이 오르고 두통이 생기기에 두 시간에 한 번은 간호사를 콜해서 해열제와 진통제를 받아 먹고 주사로도 맞았지요. 희안한 일은 잠을 자면 검은 꿈을 꾼다는 거였어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창작적인 것들이 꿈으로 나타났지요. 한번은 핸드폰으로 소설을 읽는 꿈을 꾸었고, 그 내용은 제가 창작하는 소설이었어요. 이게 꿈이라는 걸 자각하는데 깰 수도 없고 몇 페이지나 되는 걸 내리읽는 꿈이었지요. 스우파를 재밌게 봤어서 그중 한 인물 아이키가 꿈에 나타나 여러 춤을 추는데 끝나지 않는 공연을 내리 보는 꿈도 꾸었어요. 
다행히 열이 어느 정도 잡히고 몸이 나아지자 이런 피곤한 꿈을 꾸지 않았지요. 입원한 지 5일 만이었나 봅니다. 

#후유증

증상 중에 하나가 구토였어요. 항구토제를 맞아도 소용없을 정도였어요. 물만 마셔도 토했거든요. 해열제가 말을 잘 안 들어서 다양한 약을 썼는데, 의사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 주말에 다른 의사분이 구토 부작용이 있는 해열제를 처방해서 그날 먹은 걸 다 토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아프면서 눈도 침침해지고 미각도 없고 귀도 잘 안 들리며 한 쪽다리 피부 감각이 무디더라고요. 먹으면 토하는 데다가 미각도 없다 보니 죽을 두 입 먹는 것부터 해서 차츰 음식량을 늘렸어요. 몸이 나아지니 미각은 조금 돌아와서 그 맛없다는 병원식이 참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후유증으로 아직도 귀는 먹먹하고 한 쪽다리의 피부감각도 무딥니다. 

#건강이얼마나소중한지

아프기 전에는 다소 무기력했어요. 원래 과하게 몰아쳐서 일하는 경향이 있었다가 삶의 태도에 변화를 주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참으로 무기력했지요. 
그런데 아파보니 물 한 모금이 얼마나 달고 소중한지 알겠더라고요. 내 손으로 밥을 먹고 걸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줄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이 감사한 마음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냥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달리 하려고요. 병원에 오기 전까지 일주일간 홀로 아팠는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짜증을 많이 냈더라고요. 그리고 병원에서 큰 아이와 통화를 할 때마다 시큰둥한 반응에 크게 반성했어요. 둘째는 언제 엄마 오냐며 묻고 보고 싶다고 하는데 말이죠. 그간 너무 큰 아이를 몰아치기만 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퇴원하면서부터는 전보다 더 꼭 끌어안고 잘잘못에 대한 상벌을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모든일엔이유가있는법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아픈 것도 건조해진 내 일상에 참기름 한 방울이었지 싶네요. 앞도 보고 뒤도 보고 좌우도 살피게 되었다고 할까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닿는 이 감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어요. #내일로미루지말고지금당장 할 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Right Now!라는 모토가 마음 깊이 자리 잡았네요. 

아 그리고, 양평으로 이주할 계획이 조금 바뀌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병원가까이 삶을 살아야겠어요. 응급실은 차로 10분 이내에 살아야겠네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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