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xxxx원 결제되었습니다.'
남편에게 카톡 해보니, 창덕궁 후원 투어를 신청했고 6분 만에 마감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랍니다. 이번 달 생활비 5만 6천 원 정도 남았는데, 뭔 사치람 싶다가 남편의 가족을 위한 마음을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하하......
6월 1일은 선거가 있는 날이라, 오전에 선거를 치르고 바로 중구로 넘어가 밥먹고 관람을 하기로 했어요. 남편은 여행 계획이 엉성하므로 큰 기대를 하면 안돼요. 그래서 가는 노선 정도는 제가 챙겨야지.. 정말 무계획에 가까워서 고생을 여러 번 하고 깨달은 거지요. ㅎㅎ
아, 그런데 전날 애들 친구네서 막걸리를 몇잔 얻어먹고 안 먹던 메뉴를 먹어서인지 새벽에 토하고 설사하고 난리였거든요. -ㅂ-);; 어쩌면 투어를 가기 싫어서 몸이 반응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오전에 나아지길 바라며 아침잠도 조금 자다가 일어나 초록 꽃무늬 원피스도 꺼내 입고 집을 나섰어요.
선거까지 하고 종로3가역에 내려 밥집을 찾으러 가는데, 남편말이 제 얼굴이 '이미 10년은 늙은 것' 같데요. 다시 돌아갈까?를 연발하는데, 큰아이는 여기 간다고 엄청 신나 했거든요. 아직 남은 5% 체력을 믿고 가보기로 했어요.
창덕궁 입구로 가는 길에, 음식점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인사동 가느라 종로3가는 자주 갔지만 창덕궁이 있는지도 몰랐네요. 전철로만 이용하는 지라 전철상으로는 먼 거리면 멀다고 생각하고 안 가고 그랬거든요. 산책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이번에 다른 출구로 가면서 또 다른 느낌의 길들을 보니 뒤통수 땅 맞는 기분이었네요.
아무튼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판다는 곳에 들어가서, 스파게티와 볶음밥 햄버거 스테이크를 시켜먹었어요. 가격도 괜찮고 생각보다 맛도 좋았어요. 애들도 스파게티를 주로 잘먹었고요. 음식에 경계심이 넘치는 녀석들이라 이 맛난 걸 맛도 제대로 못 봤네요. 허허
앞서 얘기했든 남편의 계획은 엉성한지라 창덕궁에 대해 미리 알아보지도 않았고 도착해서 팜플렛보며 찾아다녔어요. 우리 꼬맹이들 팸플릿이 너무 좋은지, 한 장 받아왔는데 그걸 지들끼리 갖겠다고 뺏아가서 지도보다는 방향만 보고 발 닿는 데로 구경 다녔어요. 에효효
느낌이 궁궐을 계속 이어덧댄듯 한 구역씩 넓힌 느낌이었고 구석구석 볼만 한 곳이 많았어요. 남편은 왜 자꾸 구석만 보고 다니냐고 하는데, 저는 그런 곳이 좋네요. 웅장하고 멋진 곳보다 골목골목이 좋아요. 약방도 둘러보고 나름 열심히 봤어요. 체력이 좋지 않고 투어 예약시간도 있는지라 더 꼼꼼히는 못 봤어요. 그리고 앞쪽에 공개된 곳은 문들을 거의 다 닫아둬서 보기가 어려웠어요.
재미난 부분은 위 방의 전등처럼 현대식의 소품이나 장치 들이 있다는 거예요. 다른 궁궐이나 전통가옥에서 못 봤던 거라 신선했네요.
여기 이름이 뭐더라. 왕의 즉위식 등을 행하는 곳이라는데, 저곳도 전등이 예쁘게 달려있지요.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깜짝 놀랐어요. 다들 에어컨 틀어둔 거냐고 그러고요. ㅎㅎ
건물 외관도 훌륭합니다. 팜플렛에 눈 쌓인 모습이 있던데, 눈 오면 다시 오고 싶어요. 맞춰 올 수 있을까.
궁중에서 왕의 뒤에만 걸려있는 그림 <일월오봉도>가 있더라고요. 아이에게 그림을 설명(잘난체 ㅎㅎ )해주었어요.
괴석들도 중간중간에 놓여있더라고요. 지금으로보면 이해가 안 되는 취향도 있고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도 많지요. 민화를 배우면서 바라보는 관점이나 생각이 조금씩 확장되고 있어요. 너무 서양미술 쪽으로만 배워왔고 그게 좋다고 주입되었구나 싶고요. 그냥 현대인으로써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바라보고 의미를 되새겨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민화에 <괴석모란도> 종류가 많아서 괴석에 관심이 보이고 있다는 소리여요 ㅎㅎ
2시 투어 예약인지라 문앞에서 대기 중입니다. 저 사진에서 왼쪽으로 길이 열려요.
인원이 많아서 가이드의 멘트가 잘 들리지는 않지만, 간간이 들리는 소리에 의지에 주변을 둘러봅니다. 이곳은 단풍이 많아서 00이라고 불린다고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가을에 자유투어로 오면 좋다고 강추하셨어요. 꼭 오고 싶네요.
창덕궁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 부용정이에요. 사극에서도 많이 나오는데 최근 나온 드라마가 <옷소매 붉은 꽃등>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멋진 곳인데 이런 곳에 촬영하자고 걸어오려면 힘들겠구나 싶었어요.
이곳에는 옆에 큰 공터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시험도 치르고 그랬데요. 땡볕인데 잘 보았을까 싶네요. 사극보면 그냥 맨바닥에서 시험 보잖아요? 저는 태양에 타 죽느라 시험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극하도다 극해.
그리고 연경당. 정조가 만들었다는 곳이고 연극이나 여러가지 행사를 하며 즐겼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중 초록지붕은 청동(?)으로 지붕을 이어 만든 건데, 여러 설명을 하시며 강릉 선교장에도 가보라고 하셨어요. 좀 덥고 힘들어서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흐흐흐
힘들고 죽을 것같은 얼굴로 바지런히 다니며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며, 남편이 놀랐어요. 피곤하면 기억력도 휘발되니까 사진이라도 찍자는 심경으로 그랬죠. ㅎㅎ 정자들이 많은 공간인데 못 올라가 봐서 아쉬웠어요. 저 난간에 앉아 물 흐르는 거 보면 얼마나 좋았게요~~ 남원에 가서 저런 정자에 앉아 바깥 구경하는 게 좋아서 기회 될 때마다 가거든요. 아쉽아쉽.
여기를 지나면 가이드분이 말씀하십니다. 이제 산을 오르게 될텐데 힘드시거나 바쁜 분들은 나가는 코스 알려드리겠으니 선택하시라고요. ㅎㅎ 에라 더 피곤해봤자지 싶어 따라 올라갔는데 엄청난 각도의 등산이었어요. 허허허 허허허 허허
그리고 뭐가있었더라? 엄청난 비탈길이죠. ㅎㅎ 왕의 논이라는 곳이 있었고 들어가지 못하는 예쁜 정자가 있었고요.
엄청나도 멋지고 아기자기하며 자연이 함께하는 곳이라, 다음에 꼭 자유관람으로 여유롭게 봐야겠어요. 오늘은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런지 집에 와서 급한 일 한두 개만 하고 저녁잠을 두 시간이나 잤네요. 허허허 허허허 허허허 허허
다른 사람에게 기회되면 꼭 가보시라고는 추천하겠어요. 운동화 신고요~! 물통도 하나 들고요. 요즘 거의 여름 같아 나무 그림자가 많은 곳이지만 매우 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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