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에 성장판 글쓰기 강의가 있었어요. 저도 글쓰기에 관련된 ‘디자인 강의’를 하기 위해 1일 강사가 되었지요. 그런데 어떤 분이 좋은 질문을 하셨어요.
“매주 마감을 하는 게 너무 힘든데, 이 고비들을 어떻게 넘기셨나요?”
다른 강사분들의 멋진 답변을 듣고 저도 제가 생각하는 바를 내놓았어요. 그랬더니 다들 눈들이 동그레 지더군요.
저의 대답은? “저는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초 당당)
디자이너인 제가 글쓰기 스트레스가 왜 없을까요?
글을 너~~~ 무 잘 써서?
No! No! No!
비밀은 바로!!!!
1.
마감이랑 친구거든요.
디자이너의 삶은 마감의 연속이에요. <나 자신의 마감>, <상사의 마감>, <클라이언트의 마감>. 이런 압박에 살다 보니 익숙해져 있어요. 고로 글쓰기의 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반 직장인보다는 덜 할 거예요.
아, 제가 갖고 있는 스트레스가 두 가지 있긴 합니다. 갑자기 유입자가 많아지면 어디서 왔는지 너무너무 너~~~ 무 궁금한 거예요. 유입 통계로 찾다가 못 찾아서 그냥 포기하고 맙니다. 두 번째 걱정은, 글 몇 개 인기 있다고 초심을 잃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어쨌든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잖아요. 인기인처럼 군다거나, 부담감을 느껴 스트레스받고 재미를 잃는다면 너무 슬플 거예요.
2.
제 본업은 따로 있잖아요.
취미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글쓰기는 제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에 가까워요. 뭔가 토해내듯 글을 쓰고 다른 분들과 공감하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3.
제 장점과 단점은 디자이너라는 거지요.
<디자이너의 글쓰기> 관련 글을 보면 디자이너가 글을 쓰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하더이다. 그걸 몸소 느끼고 있는 1인입니다.
흔히 말하는 비주얼 싱킹을 기본 탑재하고 있는 게 디자이너가 아닐까요. 그리고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면서 일을 크로스하고 이야기 두 개를 혼합한다거나 뒤집어 보는 일이 흔합니다.
같은 창작자로서 작업 과정이 비슷(작업-수정-수정 반복-휴식기-수정-퇴고) 하기 때문에 그 방식 그대로 글쓰기 과정에 넣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몸에 익히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아 물론 글 쓰는 방법 같은 것에 대해서는 조금씩 공부해 나가면서 하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작권 상관없이 제가 그리고 쓰니 참 좋지요.(자랑입니다 히히)
4.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씁니다.
저는 소소하고 재미난 웃긴 이야기를 기본 베이스로 씁니다. 때로 혼자 큭큭대며 그리고 씁니다. 일단 내가 재밌으면 됩니다. 열심히 쓰고 그렸는데도 인기가 없으면 뭐 고치면 되지요. 디자이너는 수정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니깐요. ㅡㅜ
5.
제약된 삶에 꽃이 핍니다.
제 글 <워킹맘, 시간 거지에서 시간 부자로>에서 밝혔듯 제 삶은 제약적일 수밖에 없어요. 정해진 시간(애들 자는 시간), 정해진 공간(식탁)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대가들의 글쓰기 강연을 보면 규칙적인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글을 쓰고 강제하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어쩔 수 없이 강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약된 귀한 시간이다 보니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ㅎㅎ
6.
마감의 뒤통수를 따라갑니다.
지난 글쓰기 강의에서 오명석 강사님이 월~수에 발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 말을 듣고 따라 해 보기로 결심을 했지요. 처음에는 일정 맞추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대략 수요일 전에 발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 마감기한(일요일 자정)이 끝나기 전부터 다음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신정철 작가님(메모 습관의 힘 저)이 <로켓 스타터>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여유롭다고 하신 것처럼, 미리 마감을 한 제 글쓰기는 다소 여유롭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엮어 다양하게 다음 글 구상을 미리미리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부분 글을 쟁여두고 2주 뒤쯤에 발행합니다.
7.
아이디어 메모~ 메모 부자
일 때문 에라도 여러 아이디어 메모는 꾸준히 해왔지만, 글쓰기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하자 <아이디어 복리효과>가 생기더군요. 여러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모으다 보니 어느새 글의 형식까지 갖춰진 메모들도 쓰게 돼요. 즉, 쟁여두는 글이 되는 거죠. 글이 조금이라도 쌓여 있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후훗
8.
돈, 돈 때문이야~
성장판 글쓰기 모임은 시작 전 일정 돈을 내고 완수할 때마다 주당 만원이 캐시백 됩니다. 제가 1기 2주 차 때 글쓰기가 너~~~ 무 귀찮아서.. 펑크를 낼까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낸 돈’을 떠올리니 글이 어떻게든 써지더라고요. 2기까지는 이 돈을 떠올리면서 열심히 썼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낸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집념이 저를 이 자리에 오게 했습니다!!
9.
‘수정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갖고 있는 용자입니다. 풋.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1번과 같은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글을 쓸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아니라 '수정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은경> 작가님도 어쨌든 마감에 올리고 수정한다고 하셨지요. 마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디자이너로써 절대 공감하는 내용이에요. 마감을 지키고 차후 수정하는 것과 마감을 못 지키고 완벽한 작업을 내미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신뢰의 차이'예요. 내가 갑(혹은 대가)이 아닐 경우, 전자를 택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성실함이 기본 아니겠어요. 나 자신을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해보세요. 완벽한 걸 ‘언젠가’ 써내는 것보다 ‘단 세줄’이라도 매일 써내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지 않을까요? 본인에게 그런 신뢰를 일단 주고, 공개 후 다른 분들의 피드백을 통해 수정해가면 돼요. '언제라도 수정할 각오'로 글을 쓴다면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더 나은 결과를 선물로 받아요. 이건 장담하지요.
10.
비교하지 않아요. 인생은 마이웨이~
부모님이 엄친딸(엄마 친구 딸)과 비교하면 속상하잖아. 나 자신에게도 그러면 안돼요. 속상해요. 특히나 창작물은 엄청난 작품들 아니면, 비교대상이 되기 쉬워요. 하지만 저마다 소중한 작품이잖아요. 그리고 남이 더 잘 그려도 내 그림이 더 인정받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어요. 아마 저는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와서 그런가 이 부분은 좀 무감각해진 것 같네요. 후훗. (아 물론 종종 배 아프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 옆의 사람이 잘되면 나도 잘되더라고요. 내가 잘되면 또 다른 사람 이끌어 주려고 노력하게 되고요.
어쨌든 인생은 마이웨이 아니겠어요. 각자의 인생과 목표가 있으니 옆사람의 발전에 흔들리지 않아요.
저희 디자이너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요기 베라의 명언)라는 각오로 일을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아지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언젠가 클라이언트도 만족을 하지요. 저는 영어를 꾸준히 공부(제자리지만) 했고, 취미로 스윙댄스도 오래 했어요. 이 과정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사람의 발전은 ‘계단식’이고 한 걸음씩 걸어간 사람이 더 오래 멀리 간다는 점이에요.
일단 글을 쓰고 ‘수요일’에는 마감을 한다.
수정할 용기를 갖는다. (덜덜덜)
-> 이런 과정이 익숙해지면 저처럼 스트레스가 적은 글쓰기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
혹시 또 다른 No스트레스 비법 가지고 계신 분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