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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0대 후반이였을 거다. 사랑에 관련된 나의 가치관을 갖게 해준 그 인터뷰를 본 때가 그 즈음 일 거다.
그 프로그램은 6시 내고향 같은 농촌관련 프로그램이였다. 리포터가 지방을 돌면서 농촌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 지역 특산물들을 소개했다. 그 날은 밭에서 호미질을 하고 있는 세할머니와 인터뷰를 한 날이였다. 리포터가 세 할머니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 아직도 사랑하세요?’
얼굴도 안보고 시집가던 그 시절에 태어난, 세 할머니는 놀랍게도 각각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첫번째 할머니는 ‘나는 시집간 첫 날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
두번째 할머니는 ‘나는 시집가고 딱 삼개월 좋았어. 그 다음부터는 싫어’
세번째 할머니는 ‘나는 첫날부터 좋았는데, 지금도 영감이 참 좋아.’
나는 그때 깨달았다.
사랑은 랜덤이구나. 아무리 멋진 상자에서 꺼내봐도 그 유효기간이 짧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혼을 한다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같이 신뢰를 쌓고 같이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사람을 골라야 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디 이 도박같은 사람이 너무 나이가 많거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다행히 서로 맞춰가면서 평온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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