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사랑하는 흰 운동화가 있다. 작년 봄 즈음 샀던 것 같다. 라코스테 납작 운동화가 그 주인공이다. 그 신발을 처음 본건 사기 두어 달 전쯤으로 기억한다. 명동으로 시장조사를 갔다가 가게에 진열된 아이를 처음 보게 되었다. 납작하고 귀여운 모습에 홀딱 반해 구입을 고민하다 근무 중이기도 하고 금액도 살짝 부담스러워 다음을 기약했다. 신상이기에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거의 반값에 된 순간 바로 구입했다. 헐거운 듯 딱 맞는 이 신발은. 정말 사랑스럽다. 납작 운동화류는 스윙댄스를 추면서 많이 신었었다. 주로 만원 안팎의 운동화를 사다 바닥에 가죽을 덧댄 후 댄스화로 이용했다. 발이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에 여러 켤레의 운동화를 만족스러울 때까지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바닥과 내 발의 접지면이 넓을수록 바닥 위에 서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라코스테 흰 운동화는 가볍고 착용감이 아주 좋다. 바닥이 얇은데도 상당히 편하다. 그래 ! 바닥 위에 내가 제대로 서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운동화 스타일의 샌들, 나이키 운동화 2점, 아디다스 슬리퍼 등등을 같은 거리로 비교해도 월등 편하다. 출장이나 코엑스 시장 조사를 가서도 편하게 신고 다녔다. 맨발인데도 편하다. 정말 정말 애장하고 잘 신는 신발이다.
그런데 그 날이후로 신발을 신지 못하고 있다.
말했다시피 이 운동화는 하얗다. 그리고 자주 신다보니 상당히 더러워졌다. 누군가의 너무 더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빨아보았으나, 더럽게 때가 탔던 곳은 노랗고 후줄근해지더라. 그래서 아이들 어린이집을 오며 가며 보아두었던 세탁소에 운동화 세탁을 맡겼다. 연세 있으신 사장님과 찾으러오는 날짜에 대해 ‘모레’와 ‘내일 다음 날’에 대해 대화 합일점을 찾지 못해 옥신각신하다 집으로 왔다. 몇날 몇시에 찾으러 가겠다 할걸 그랬지. 찾으러 가는 날짜의 혼돈이 있었지만 어차피 매일 아침저녁으로 지나는 길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보다 이른 시간, 지나가던 길에 내 운동화가 창가에 걸려서 예쁘게 마르고 있는 게 보였다.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운동화를 바로 찾기 위해 들어섰다. 사장님은 전문가로서 완벽하게 깨끗이 세탁을 못한 게 아쉽다고 하셨지만, 내 눈에 그 운동화는 처음의 90% 상태를 찾은 듯 아름답고 화려한 흰색을 띠고 있었다. 방긋 웃으며 오천 원을 결제 후 집으러 돌아왔다. 다시 예뻐져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며 신발장에 넣었다. 그리고 그 후 한 달이 넘도록 그대로다. 세탁 전과 후가 떠올라서인지 쉽게 꺼내 신지 못하고 있다. 다시 더러워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아... 이럴려고 세탁한 건 아닌데, 정말 쉽게 꺼내지지 않는다. 오늘 글을 쓴 김에 꼭 꺼내서 더럽혀 주겠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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