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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100개의 글쓰기] Drama. 로맨스는 별책부록

uchonsuyeon 2019. 7. 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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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로맨스의 대가 정현정 작가의 작품이다. 이종석과 이나영이 출연하고, 이나영의 오랜 공백기를 깨고 나온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의 나이에 비슷한 배역으로 나와 몇 살 연하의 이종석 (차윤호)와 로맨스를 한다. 그것도 출판사에서. 경단녀, 이혼녀로서 힘든 시간을 지나던 여자의 능력남 만나기라는 판타지 한 내용이지만,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거나 판타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정현정 작가의 특징이기도 한데, 소소한 사랑이야기가 출판사라는 특수한 상황에 맞물려 하나의 로맨스 소설을 보는 느낌이다. 대사 하나하나도 아름답고 크게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 없이 흐뭇하고 즐거운 드라마다. 

 요즘엔 갈등 요소가 강한 드라마보다는 편안한 한편의 로맨스 소설 같고 시 같은 이야기가 좋더라. 그래서 이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봤다. 한 번은 글씨 쓰기 연습 겸해서 한 장면에 나오는 대사를 받아 적었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들을 들여다보니 파스텔 느낌이 나더라. 그 글씨의 조합들이 아름답더라. 노트해둔 게 어딨는지 모르겠다. 첨부해두고 싶은데.. 한편으로 나의 부족한 어휘에 대해 크게 반성했다. 단 한 장면의 대화 속에서 그리 다채로운 단어들을 나열할 수 있는 정현정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다 결국엔 '대본'까지 구입했다. 대본의 서두에서 작가가 하는 말이 와 닿았다. 소소한 사람들의 로맨스와 생활을 보여주고 싶다는 걸 드라마 보면서 그대로 느꼈다.  

 강단이라는 경단력 여주인공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잡고 발전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주인공 강단이 첫 출근 후 자신의 이름이 불리고 자기가 자기임을 인정받는게 좋았다고 말하는 씬이었다. 몇 년을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고 와이프로 불리던 사람은 정말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살 3살 아이를 키우는 나도 아이를 낳으면서 '00 어머니, 00 엄마'라고 불리다 보니 점점 나 자신은 묻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충분히 공감한다. 아직도 내 나이쯤의 여자는 직장이 있는 것보다 누군가의 엄마로서 가정주부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친구가 회사에서 어떤 가정주부가 갑자기 '저 00에서 일했잖아요'라고 뜬금없이 말해서 그땐 이상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업주부로써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한다. 드라마는 제목처럼 로맨스 드라마지만 주제는 #경단녀 가 아닐까 싶다. 
 출판사 내부는 드라마 배경으로써 충분히 아름답다. 저런 회사에 다니면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서브 캐릭터(출판사 직원들)들이 말하는 대화나 주제는 책을 얼마나 사랑하고 고민하는 가를 잘 담고 있다. 가장 흐뭇했던 건 최종회에서 출판사 사장님이 '우리가 이런 거(돈 안되는 거) 만드려고 돈 되는 거 만들지 않느냐'라고 한 부분이다. 출판 시장이 어려워도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현실에 있기에 많은 책들이 나오고 희망이 있는 게 아닐까. 그 대사 한 줄에 안도되는 기분이였다.

 원래 이종석 배우는 멋지고 멋진데, 이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귀여운 모습이 공존하는 게 이상하면서도 좋았다. 사람은 한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차윤호가 아니였을까.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도 작은 갈등과 비밀들이 드라마를 보고 또 보는데 좋은 윤활유로써 역할을 했다. 아마 큰 갈등이나 고구마들이 있었다면 한 두 번 보고 끝냈을 것 같다. 아, 작은 반전 중 좋았던 부분은 차윤호가 강단이 와 술을 마시다 택시를 타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 내용이었다. 그 집은 강단이의 집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대사. 이제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 강단이 가 우리 집에 산다. 그리고 이나영배우가 이렇게 밝은 역할을 언제 했던가. 처음보는 것 같다. 말잘하고 똑부러지고 귀여운 이나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전신샷을 보여줄때 비율과 기럭지는 무엇을 입어도 어떻게 해도 멋짐이 묻어나온다. 참으로 그리고 싶은 배우다. 앞으로도 작품 많이 하면 좋겠다. 

 보고 또봐도 부담 없고 마음속이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참 좋다. 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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