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69/100 - 100개의 글쓰기] 적응력이 좀 떨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uchonsuyeon 2019. 8. 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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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바쁘게 지내다 다시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오면 또 적응하느라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된다. 일주일 정도는 손님맞이를 하느라 바빴고, 일하느라 바빴고 그리고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빴다. 어제가 일주일 전 같기도 하고 일주일 전이 어제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다. 다이어리에 적어서 하루를 구분하려고 했는데, 그 마저도 잊는다. 

 이러다 망각된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며 느끼던 경각심마저 무뎌지고 있다. 사실 하루하루가 바쁘다. 애들 챙기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저녁에 무엇을 먹일지 고민하느라 중간시간의 사이사이가 채워진다. 뭔가 사 먹이면 시간이 더 절약되지만 그 편해지는 시간에 청소를 추가로 한다. 혹은 어디를 청소해야 할지 고민한다. 오늘은 다행히 집에서 쓸모없던 물건들을 커피와 맞바꾸는 ‘중대한’ 일을 했다. 지역 커뮤니티가 잘되어있어서 올렸더니 금세 나갔다. 올려서 거래를 결정하고 나서야 내가 팔려고 했던 물건의 가격을 체크했다. 개당 6만 원짜리 3개를 커피 두 잔과 바꾼 셈이다. 사실 그냥 버리려던 참이라 그리 나쁜 거래는 아니다. 더군다나 카페 사장님이 직접 내리신 두 잔의 커피를 집 앞까지 가져다주신 걸로 만족한다. 절약하고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단돈 백원도 아끼고 조금이라도 더 모으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원래 다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 그림 그릴 때 특히 그렇다. 잘 안되면 아예 새로 시작한다. 수정해서 마무리하는 것보다 빠르게 끝낸다. 삶도 그렇게 가능하면 좋은데 그건 현실적으로 많이 어렵다. 다만 삶에서 불필요한 걸 조금씩 덜어내면서 집을 넓히는 게 최선이다.

 잘안되는 걸 끝까지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는 걸 느낀다. 유튜브로 다른 창작물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처음 스케치는 내 스타일도 아니고 예쁨은 1%도 없는데, 완성해 나가면서 점점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나라면 이 정도 선에서 끝났겠다 싶은 구간을 넘어 그림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결말을 맺는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은 귀찮음과 하기 싫은 간질거림을 이겨내고 끝까지 가는 것이다. 

 이건 적응력이 아니라 극복력의 문제일까. 할수 없다고 생각하던 부분은 스스로가 만든 한계라는 걸 겨우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도 끝까지 가는 것에 대한 의지 부족은 극복해야 한다. 20대 초반에 깨달아야 하는 걸 이제야 깨닫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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