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70/100 - 100개의 글쓰기] 여행하는 삶의 자세

uchonsuyeon 2019. 8. 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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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가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버스시간과 루트까지 철저히 짜서 가기 때문에 숨 가쁘게 돌아다니며 관광하는 편이다. 나의 이런 여행패턴이 바뀐 건 남편을 만나면서부터다. 남편은 여행 장소와 잠자리 정도만 정하고 발 닿는 대로 간단다. 나와 정 반대다. 나는 여행 자체보다 여행 계획 짜는 걸 즐긴다. 완벽한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갖고 있는 돈과 시간을 최대한 뽑아서 알차게 즐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런 여행은 사진으로 뒤돌아보아야 제대로 여행 느낌을 알게 된다.

 한참 스윙댄스를 출때의 일이다. 유명 외국인이 와서 제너럴(소셜댄스)할 때면, 나는 촬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직관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만 보다보면 찍는데 열중해서 정작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나 느낌을 알 수가 없다. 동영상만 보면서 연습한 사람들이 기술은 늘지만 느낌까지 자신의 것으로 바로 가져올 수 없는 것과 같다. 나는 그래서 두눈와 마음으로 담았었다. 

 남편과 여행을 다니면서 눈과 마음으로 함께 여행하는 걸 배우게 되었다. 계획대로 가면 편하다. 하지만 계획안에서만 여행이 이루어진다. 계획없이 떠나간 여행은 구름과 같다. 머무르고 싶은 곳에 머무르고 가고 싶으면 간다. 자동차 배터리가 나가서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되거나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한 일들은 이런 무계획 속에서 생겨난다. 계획대로 간 여행은 계획서와 사진으로만 남고, 무계획으로 간 여행은 추억으로 남는다. 

 물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가서 바가지도 당하고 중요한 뷰포인트도 놓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후회라기보다 '다시 갈 이유'를 만들어 준다. 결혼 10주년이되면 다시 신혼여행지로 놀러 가자는 약속을 하고, 두고두고 바가지 썼던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간다는 것도 일종의 여행이다. 나는 남편을 통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계획대로 사는 것에서 오는 초조함을 벗어나, 조금은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나간다. 삶이라는 여행을 하면서 계속 배워나가고 더 멋진 나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러고보니 남편은 나를 만나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하다. 
 아,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나더러 결혼 후, 까칠함이 사라졌다는게 이레서 인가보다. 

 

https://unsplash.com/photos/bmL6YJ5Em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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