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보태어 땅을 구입하고 내년 말쯤에는 이주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자주 어린이집을 옮기는 건 좋지 않지만, 초등학교전까지 이주할 계획이다. 현재 살고 있는 곳도 매우 만족하는 곳이고, 요즘 서울 학교도 한반에 인원수가 많지 않아 괜찮지만, 집을 짓고 싶다는 욕망과 아이들이 흙을 밟게 하고 싶다는 욕망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도 양평에 다녀왔다. 남편의 치과방문으로 오후가 되어서야 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예상과 다르게 차가 많아서 2시간은 넘게 걸려 겨우 도착했다. 단풍철이라 나들이가는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인터넷 부동산사이트에서 보는 것보다 그 지역에 가서 부동산에 문의해보면 새로운 저렴한 땅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일전에도 들렀던 부동산에 갔다. 그런데 때마침 손님이 있어 부동산 사장님은 '다른 부동산도 들러보세요.'라면서 우리를 내보냈다. ㅎㅎㅎ 이런 경우가. 부근에 있던 다른 부동산은 '또'문을 닫아두었다. 예전에 왔을 때도 이곳이 닫혀있어서 방금 그곳에 갔었다. 생각보다 이 작은 마을엔 부동산이 많다. 대략 4개가 넘게 있다. 다른 한 곳은 바쁘게 통화하시는 사장님때문에 곧 나와 어슬렁거리며 일대를 둘러보았다. 하나마로 마트에서 아이스크림과 간식을 사 나오니 길건너편에 작은 부동산이 보인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섰다. 두 분이 보인다. 여자분이 사장님이고 남자분이 직원 같은데, 두 분다 나이대가 있으시다. 친절한 여자 사장님은 할머니벌되시는데, 우리 큰 아이를 맡아주시겠다고 하여 가게에 두고, 남자 직원분의 차를 타고 두어곳 장소들을 보러 갔다. 지도상으로도 열심히 보았고, 여러번 온곳이라 이 지역 지리나 빈땅들은 알고 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매물로 갔다. 역시 지역에서 데려와 준 곳이라, 모르는 땅들이다. 크기도 넓고 저렴하다. 저렴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저렴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살기 편한 곳이 좋다.
아쉽게도 땅 자체가 많이 나오진 않았다. 이 지역은 초중고혁신학교가 많고 KTX역이 있어 그렇다. 결국 어디를 택하든 아이들을 등하원시켜줘야한다. 도보가능한 거리를 원하지만 그런땅은 평수가 넓어 도저히 살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어서, 도보가능거리라는 조건을 떼보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옆 역부근에 땅도 많이 나오고 신전원단지라 기존주민과 마찰도 적을 곳이 눈에 들어오더라.
두세군데 땅을 보았을 뿐인데, 벌써 시간은 6시에 다다랐다. 다시 부동산에 도착해보니 큰 아이는 할머니 사장님이 사주신 과자를 먹고 선물받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큰 아이는 할머니(아이 봐주시던 분) 손에 자라서인지 할머니를 유독좋아하고 애교가 많다. 잘얻어먹고 다니는 편인데 역시나 이날도 그랬다. 이 부동산에서 계약할지 말지도 몰라서 미안한 마음이 좀 들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부동산을 나와 부근 관광단지에 있는 밥집으로 갔다. 다른 땅들을 보러 오며 가며 본 곳인데, 유명 맛집이였나보다. 곤드레 산나물 정식이 1만6천원이나 되는 비싼 곳이였다. 애들이 너무 번잡스러워서 맛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반찬가지수가 상당해서 1만3천원어치의 값어치정도는 하니 나쁘진 않다. 6시반이 되어 식당을 나왔는데, '재료소진되어 손님 안받는다'는 문패를 걸더라. 그럼에도 차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사실 난 죽통밥이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과감하게 곤드레 정식2개요를 외쳐서 못먹었다. 돌아오며 이 소재로 투닥거렸는데, 사실 이런 투닥거림이 재밌다. 남편이 잘 맞춰준다고 이런저런 신경을 쓰는데, 헛다리 짚을때가 있다. ㅎㅎㅎ
뉘엇뉘엇하는 해를 바라보며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낮잠을 안잔 아이들은 곯아 떨어지고 나도 잠시 눈을 부쳤다. 졸린 눈 비비고 운전하는 남편은 안씹던 껌을 씹으며 열운전했다. 미안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꺼풀'이니까 어쩔수 없지.
집으로 돌아와 앞서 말했던 옆옆 역쪽으로 땅들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역과 멀지 않는 곳에 적당한 가격의 땅들이 많다. 평당50만원에 200평과 평당 100만원의 100평으로 비교한다면 앞쪽이 좋지만, 역과 너무 멀어진다면 후자쪽이 낫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쭈욱 이곳에서 자랄테니까. 이 역의 땅들은 외지인들인건지 땅을 예쁘게 모양만들어서 판지라 땅모양도 네모반듯해서 집모양 잡기도 편하다. sweethome 3D라는 프로그램으로 2층집을 구성해보았다.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열심히 잡아보았지만, 가구 등 모든 걸 일일이 사이즈 찾아서 만들기 번거롭고 평면도라 감이 안왔는데, 역시 3d로 만드니 좀 낫다. 어서 집을 짓고 싶다. 집짓기관련 유튜브 채널도 찾아보고 있다. 대략적이라도 평면도를 가져가면 설계도가 더 금새나온다고 하던데, 이렇게 3D로도 만들어가면 나의 의견이 더 반영되지 않을까. ㅎㅎ
시골생활에대해 잘적응할까하는 고민이 들기도 하다. 편리한 도시생활을 벗어나야 하니까. 그런데 나는 어딜가든 적응잘하는 편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적응이라 부적응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에 친구들도 내가 어딜가서든 잘 살거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리고 어젯밤 호주에서의 생활이 생각났다. 대형마트가 한개 있었지만, 읍내정도의 역에 살았었다. 서점한 개와 맛있는 빵집 그리고 여러 상점들이 골고루 갖춘 편리한 곳이였지만, 전원생활과 가까웠다. 사실 호주 외곽도시입장에서보면 제법 큰 도시긴 했다. ㅎㅎ 그곳에서 느릿하게 살던 때가 생각났다. 산책을 자주했고, 잘먹고 잘살았었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ㅎㅎ
조금씩 시골로 가는 길을 이렇게 적어 볼까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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