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점심이 넘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월요일에 쿠킹 클래스 있는 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아. 쿠킹 클래스 가보고 싶었는데, 당연히 오케이지. 클래스 후에 도예전시도 같이 가기로 했다. 문화나 스포츠나 열심히 관람하고 참여하는 친구라 옆에만 붙어 있어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우후후 후
CJ제일재당에서 운영하는 거라 동대문에 있는 본사로 갔다.
원래 부지런하지 않고 약속 시간 늦게 오기로 유명했던 나인데, 칼같이 약속 지키는 남편덕인지 요즘엔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이르게 도착한다. 30분쯤 이 정문 앞에 앉아 주변을 관촬했다. 다니던 회사가 상암이라 저 조형물이 엄청 익숙하다. 상암에는 저 작가(?)분의 작품이 많다. 디지털 인간화의 상징일까.
알고 보니 1층에 CJ THE KITCHEN이라는 곳이 있더라. 코로나로 인해 설문지 작성을 하고 사전 설문도 하고 입장하니 신지은 강사님이 오늘 배울 요리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시연해주신다. 강습을 들을 때도 꼼꼼히 기억하고 기록하는 편이라 제법 열심히 끄적였다. 이곳에 초대해 준 친구가 마침 좋은 자리도 선점했기에 잘 볼 수 있었다. 다만 앞줄에 계신 분하고 시선이 겹쳐 요리하는 자세한 내용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봐야 하는 작은 단점이 있었지. 후후...
오늘의 메뉴는 <토마토초절임 모찌리도후>와 <레몬 간장소스를 곁들인 오징어 초회>였다.
아무래도 제품 홍보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제품을 사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모찌리도후를 설명하시면서 사과식초를 넣으면 사과향이 나온다는 말에 그런가 보다 했다가 결과물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사과 양이 나지 않겠는가!!
아래 이미지는 강사님의 요리다. 모찌리도후는 원래 전용가루가 있지만, 원래 동서양 퓨전요리를 추구하시는 강사님이 고민하고 개발해서 레시피를 만드셨다고 한다.
토마토초절임 모찌리도후보다 오징어 초회가 과정도 많고 어려워 보여서 친구와 가위바위보로 요리할 음식을 골랐다. 내가 이겨서 토마토 초절임 모찌리도후는 내가 만들기로 했다. 으하하하하 실제로 작업 과정도 어렵지 않고 모찌리도후 식히는 시간 등이 필요한지라 시간이 남아서 친구 조리대의 설거지를 할 정도로 여유가 많았다. 반대로 친구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드느라 매우 바빠 보였다. 쏴뤼~
각자 자리를 지정해서가니 이렇게 정리가 되어 있다. 물론 이 세팅은 가져가는 건 아니다. 사용 후 반납.
친구와 나. 초록옷이 친구. 상큼하게 입고오고 네일까지 해서 럭셔리한 요리사 같았음. ㅎㅎ
레시피를 보면서 차분히 요리를 하느라 중간 과정은 찍지 못했다. ㅎㅎㅎ 그리고 삶은 토마토나 프라이팬에 있는 모찌리도후나 꺼내는 타이밍은 강사 샘들에게 물어보면서 마무릴 한 탓에 무난히 만들어진 듯하다. 다행 ^^ 이미 딱 맞는 용량에 재료가 준비되어있고 강사 샘이나 보조 샘들이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걸 바로 조달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클래스였다.
내가 만든 토마토 초절임 모찌리도후.
요리를 만든 후 가져갈수 있겠음 1회용 용기를 2인분씩 주어서 잘 나누어 담았다.
오징어 초회와 모찌리도후 전체 샷. 내가 만든 건 한 통에 다 담기니까 매우 간단해 보이네 ㅎㅎ
아. 사진엔 못담았는데, 나올 때 아이들용 김과 오늘 재료에 들어간 사과식초 그리고 백설 맛술 생각을 받아왔다. 좋구려. 만들면서 저 재료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구려. 히히
1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시키며 외부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허락하에 개봉했다.
비오는 날, 꿀꿀할 때 딱 좋을 맛들이였다. 오징어 초회는 다시마에 이것저것 싸 먹어야 하는데 카페인지라 점잖게 먹다 보니 제대로 와구와구 먹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집에서 먹으려고 반쯤은 남겨서 가져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소스가 다 쏟아져있네. 어쩔.....;; 그리고 모찌리도후의 이런 식감은 처음 먹어보았는데, 매우 흡족했다.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재료도 구하기 쉬운 거라 내일이라도 당장 또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이 모찌리도후를 만들어 보지 못해 아쉬워했다. 모찌리도후를 랩에 감싸서 얼음물에 담가 두는데, 친구에게 준 건 하트 모양이 되어서 이쁘더라. 그거 먹었으니 아쉬움을 달래 졌기를. ㅎㅎ
멀지 않은 곳, 인사동에서 도예전을 한다길래 가기로 했다. 멀지 않은 지라 걸어가기로 했는데, 평소 마라톤도 하는 친구를 따라가려니 좀 버거웠다. 마스크까지 있다보니 마스크 안도 땀범벅이고 피곤함이 밀려왔다. 나를 생각해서 그나마 천천히 걸은 거라는데 같은 나이에 체력 차 무엇? ㅎㅎㅎㅎ 더군다나 기쁘게 받아 들었던 맛술과 식초는 더더욱 무거워지기만 했다.
체력이 바닥나서 쓰러지기 전에 드디어 도예전에 도착했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박문관에 가는 편이다. 박물관은 생활상을 담은 많은 자기류를 만날 수있어서 매우 사랑하는 편이지만, 별도로 도자기를 보기 위해서만 방문한 적은 처음이다. 혼자 찾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 주변에 같이 가자는 사람도 없어서 기회가 없었는데, 다행히 친구가 친분 있는 작가라 나를 데려가 주었다. 사실, 친구는 도예전이 있다고 가자고만해서 전후 사정은 몰랐던지라 조금 당황하긴 했다. 하하
이치헌 작가님이 안에 앉아서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차를 따라주셨다. 사전정도 없이 갔기에 작가님인 줄도 몰랐다. 하하.... 다기로 채워진 전시장을 잠시 살펴본 후 작가님의 앞자리에 앉아 따라주시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고운 빛깔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는 작품과는 조금 다르게 소탈하시고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시는 작가님이라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만 전공자도 아니기때문에 도예가에 대해서는 1g도 모르기 때문에 전해주시는 말들을 듣다가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기도 했다. 직접 빚 어구 우신 찻잔에 연거푸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문득 시간을 보니 3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하하.
친구의 손. 조명 아래 비친 모습이 달을 담은 것 같다. 매우 얇은 잔이라 처음에는 부서지지 않을까 무척 조심스러웠는데, 향을 음미하면서 쪼록쪼록 마시다보니 체감상 그 잔이 점점 가볍지 않은 느낌이 되었다. 다도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접할 기회가 없어서 기회만 계속 보고 있었는데 차를 우려 주시면서 조금씩 설명도 해주시고 다른 차도 내어 주셔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혼자 우려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겁고 오붓한 시간이었다.
작가님이 시간이 지나 주인을 맞지 못하는 작품들은 다 깨버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작품요청이 아무리 와도 만들고 싶지 않으면 만들지 않는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아래 작품은 고양이 꼬리를 형상화해서 만드신 거라는데, 빠른 시일 내에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예가~!라고 하면 생각하는 기본적인 편견에서 벗어난 유쾌한 분이시라 매우 즐거웠다.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팔뤄 했는데, 평상시 모습과 작품의 부조화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빨려 들어가더라. 하하하하하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리 즐거운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과 정신의 묵음 때가 한참 벗겨진 느낌이였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준 친구에게 매우 고맙. 인도 망고 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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