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도둑 고양이와 새로운 수전만들기 작업

uchonsuyeon 2020. 8. 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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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본격적이라 비가 많이 온다. 컨테이너 농막은 그 빗소리를 사방에서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지만, 거센 비바람 번개 천둥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새벽 2시. 보이는 것보다 화면이 어둡게 잡혀서 잘 보이진 않지만, 엄청난 빗소리는 잘 담겼다. ㅎㅎ 

새벽 2시에 일어나면서부터는 잠이 오지 않아서 웹소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명이 오면서 그간 궁금했던 손님들이 왔다. 큰슬라이딩창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자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엎드려 소설을 보는데 어두운 곳에서 하얀 물체가 움직였다. 그러다 나를 발견하고는 재빠르게 도망쳤다. 

그리고 밝아오기 시작하자 무엇인지 확실히 볼 수 있었다. 흰고양이 한마리와 삼색이 고양이 한 마리가 밭을 돌아다니며 먹을 걸 찾았다. 일주일 전 바비큐를 먹고 남긴 고기들은 아마도 이 녀석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나 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어제 남기고 잔 치킨들도 깨끗이 사라졌다. 아직 청소년 고양이들 같은데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새벽 5시가 넘어가자 빛으로 환하게 밝아져서 확인을 했다. 앞에 세워둔 천막이 비의 무게때문에 저렇게 휘어져있었다. 남편을 어서 깨우고 싶었지만 같이 새벽 2시에 일어났다가 잠들었기 때문에 약 한 시간가량 기다렸다가 깨워 알려주었다. 대만 사다가 바꿔 끼울 수도 있다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겠다면서 구시렁대는데, 천막의 조립품들의 나사 등 규격이 제각각이라 조금 짜증이 났나 보다. 다음 주쯤에 마저 고치려나. 

남편은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밖으로 나가 예정되어 있던 삽질을 시작했다. 농막옆에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몇 시간을 매달려  있더라. 남은 잔디도 예쁘게 테두리를 만들듯 자리를 잡아주었다. 마치 예상하고 했다는 듯이 남은 잔디와 둘러싸야할 공간의 길이가 딱 맞아 놀라워했다. 나는 굳이 저런 걸 왜 만드는가 싶어 심드렁하지만, 다 본인의 즐거움이겠지. 

비가 조금오다 안 오다를 반복하다 정오가 되기 전에 또다시 우다다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후덥 찌 근한 날씨에는 차라리 비 맞고 일하는 게 낫다며 와이프 걱정시키더라. 헐헐 

그리고 대망의 수전작업을 시작했다. 캠핑사이트 만들자마자 벽돌 산다고 다 같이 양평으로 가서는 100개의 주황색 벽돌을 사다가 놓았다. 그럼에도 나는 비도 많이 오고 다음주로 미루고 싶었건만, 기어코 삽으로 배수로를 만들더라. 헐헐. 

삽질을 많이 하다보니 점점 더 잘하나 보다. 순식간에 땅을 파서 파이프를 묻었다. 손재주가 좋아서 참 다행이다. 자꾸 임금을 요구해서 곤란하지만 무임금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후후 

그러곤 수전 부근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것저것 계획등을 물어보는데, 쥐뿔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는데 계획이 있는가. 무계획이 내 계획이었다. '~~ 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응'으로만 대답했다. 그러는데 일이 진행이 되니 신기하지. 

대강 사이즈 맞춰서 파고 높이만 맞춰서 다졌다. 핸드폰 베터리도 없고 끌려다니면서 했기에 과정 샷을 잘 찍지 못했네. 이 과정 샷 검색해서 없어서 좀 남기고 싶었지만, 글로만 써야겠근. 

남편이 시멘트를 가져다가 물을 대강 넣고 섞길래 부어달라고 하여 붓고 평탄화 작업을 하는데, 무계획적으로 한 것이다보니 너무 깊어서 다시 그 위에 흙을 메꾸었다. 토질 오염이라고 구시렁대는데, 내 땅 오염되는데 뭐. 흥흥 

벽돌이 배수구 입구보다 높은 것을 목표로 맞춘 후 시멘트를 붓고 벽돌을 올렸다. 원래는 저 줄 라인안에 옆 기둥라인까지 맞추려고 했는데, 벽돌을 놓고 보니 딱 맞고 생각보다 좁아서 저 줄 라인 밖으로 옆 가이드 기둥을 세우게 되었다. 벽돌을 한 방향으로만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안 예쁠 것 같아서 최대한 모양 맞춰 이리저리 했더니 대강 모양이 나왔다. 고무망치로 잘 두들겨서 배수구 방향으로 물이 쏟아지도록 맞추었다. 여기에 사이사이 시멘트를 부어주고 끝내려고 했는데, 공간 여유가 있기도 하고 그냥 옆에도 가이드 기둥을 세우기로 했다. 오른손엔 시멘트 헤라를 들고 왼손으로 시멘트를 정리하면서 발랐는데, 맨손으로 하다 보니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기더라. 허허.. 

이렇게 작업하고 나닌 8시가 넘어버려서 늦은 저녁을 먹고 비닐을 덮은 후 다음날이 되면 마무리 정리하기로 했다. 

시멘트 가루를 솔로 긁어서 벗겨주고 나서 얼추 모양이 나왔다. 

아 근데 저 가이드 기둥에 앉아 있었더니 흔들리는 이처럼 되어버려서 망.. 다음주에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너무 어두운 곳에서 작업했더니 벽돌 사이 구멍도 있어서 줄줄 샌다. 

어찌 되었던 물도 배수구로 잘 흘러나가고 다행이다. 

모기도 물려가면서 개고생을 했더니 입술이 댓 발 나와서 남편이 잘했다고 칭찬만 해주더라. 흥흥흥흥 담주에 하고 싶었눈데에에에에에 

시멘트 만진 왼손을 씻어주니 퉁퉁 부어있어서 잘 몰랐는데, 다 마르고 나니 손의 각질이 하나 벗겨진것처럼 이리되더라. 뽀득뽀득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어서 많이 좋아졌다. 각질이 심했던 건가 시멘트가 각질을 만들어 벗겨준 건가. 헤헤 앞으로는 뭐라도 끼고 해야겠다. 너무 막사는 나 님인듯한 느낌. ㅎㅎ 

시멘트가 서서히 마르기에 일주일 후엔 완벽해진다는데, 빠진이와 흔들리는 이를 보수해야 하니깐 총이주는 걸릴듯하다. 다음 주엔 남편 휴가도 있어서 이제는 '진짜 놀러 다니자'라고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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