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멘탈이 탈탈탈

uchonsuyeon 2021. 2.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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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열심히 살았기에, 2월 초는 좀 놀았다. 두번째 주가 되면서부터는 다시 그 루틴대로 하려했지.

오늘도 호기롭게 의자에 앉아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둘째가 다가와 '엄마, 가자 가자'라면서 나를 끌어당겼지만, 나는 공부를 해야한다며 거부했다. 솔솔 먹향이 올라왔는데, 어디서 오는거지. 신기하네 하면서 무시했다.

그 무시는 큰 후회로 돌아온다.

둘째 손에 이끌려 겨우 거실로 나오니, 거실 테이블 밑에 큰 아이가 쪼그려 앉아 있지. 쎄한 기분이들었다.

먹향.

먹향이 나는 이유는 먹물이 먹물통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먹물과 함께 있는 것들은 비싼 화선지와 비싼 붓이다. 바닥에 펼쳐져 있는 붓마리안에 붓들이 보이고, 먹물이 쏟아져있는 그릇안에 붓이 두개가 들어가 있다.

이 붓들은 그냥 붓이 아니다. 알흠알흠 모아둔 민화붓들이였다. 싸게는 5만원짜리고 먹물통에 쳐박혀 있는 것중 하나는 얼추 20만원 다른 한개는 몇만원은 하던거다. 나는 이성의 끈이 똑 끊어지는 경험을 했다.

괴성을 지르며 탁자 밑으로 달려갔다. 하아. 붓 두개를 급하게 화장실로 가서 조심히 열심히 빨아댔다. 그 중 하나는 어찌나 푹담겨있던지 물로 씼어내도 내도 먹이 나온다. 그래도 어느정도 먹물이 빠지자 물에 담가두고, 탁자 밑으로 갔다. 하아. 한숨. 먹물은 독하다. 정말 독하다. 단 한방울이 떨어져도 제대로 딱아내기 위해선 물티슈 두장은 필요하다. 바닥에 떨궈진 것들을 다 딱아내니물티슈의 반이 날라갔다. 그리고 붓마리, 이 녀석은 버려야할 것같다. 그리고 모든 붓이 조금씩은 먹물이 묻어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이성의 끈을 놓은채 괴성을 지르다 큰 아이를 때찌했고 다시 붓을 빨아댔다. 하아 계속 먹물나와.

큰 아이는 그 와중에 다시 그림 그리겠다고 물감과 붓을 들고 화장실로 온다. 새로 물받는다고. 나는 다시 한번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것만 버릴 수 없으니 네것도 버려야겠다며, 큰 아이의 물총놀이 통을 재활용쓰레기통에 넣었다. 

또 이와중에 둘째는 언니 때리지 말라고 온몸으로 막고 있고, 큰 아이는 동생 몸뒤에 웅크리고 숨어있다. 허허 

이성이 날아간 와중에, 우산을 들고 노는 둘째에게서 우산을 뺏어다 뽀갰다. 몇번의 경고에도 우산을 가지고 노니 뽀개도 된다는 생각이였다. 이 부분은 미안함이 들어서 나중에 둘째에게 사과를 했지. 헤에. 

저녁이 다되도록 멘탈은 돌아오지 않는데, 큰 아니는 또 내 화장품으로 눈두덩이를 보라색으로 칠했네. 오전의 큰 사고로 인해 이런 정도는 귀엽다. 웃기네. 허허허허허허허 

기력딸려. 어지러. 하아아아라라아마아아알

얼집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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