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떠한 일을 겪으면 그 후유증에 둔감한 편이라 오래 앓곤 합니다. 몸이 아픈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게 더 오래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 감정에 대해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아파오면 거기에 원인을 꼭 찾아봅니다.
예전에 장염으로 크게 앓은 적이 있어요. 놔두면 낳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심하게 앓아서 아빠에게 업혀 대형병원에까지 갔지요. 너무 심한 장염이라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약도 먹고 맞으며 일주일을 입원해 있었어요. 참 미련하지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그래요. 놔두면 낫겠지라고 생각하고 말이에요. 정말 낫나요?
저는 어릴 때 마음 아팠던 일들이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어쩔수 없고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은 오래도록 자국이 남더라고요.
후회하는 것도 답답한 것도 참 싫어요. 너무 싫어해서 내린 결론 중에 하나가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명제예요.
저는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과거로 하지 않겠다고 말하죠. 일단 그건 실현가능하지 않고 마음에 들쑤시는 말이고요, 과거로 가더라도 그때의 나는 같은 결론을 내리고 행동했을 거라고 믿거든요. 그저 그때가 원인이 된 지금의 결과에 만족하고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끔 노력하며 사는 거죠.
말이 에둘러 흘러가는데, 요즘 그래서 이레저레 힘들었는지 헤르페스가 입술에 올라오고 코끝에서도 염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거죠. 그 문제를 찾아 생각을 하고 우울해지고 또 생각을 해보니 원인은 두어 가지로 압축이 되더라고요. 하기 싫은 공부를 했었고 시험도 봐야 하고요. 잘 풀리지 않는 일 때문에 고민을 좀 했네요. 그런 일들이 스스로가 '약해졌나, 아니 내가 원래 이런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니까 생각의 감기에 걸린 거예요.
다행히 스스로 인지해서 그런지 편안한 결론이 났어요. 하기 싫은 공부를 남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니 좋아졌고요. 풀리지 않는 일은 제가 풀 수 없는 것이니까 일단 기다리기로 했어요. 이런 결론만으로도 생각의 감기가 나은 기분인거에요. 몸이 아파도 활기차게 일어서게 되네요.
참, 서울에서 마포구 지원으로 학부모 학습 심리상담 같은걸 4주째 받았는데요. 제가 걱정한 건 그냥 걱정이 많아서 그런 거더라고요. 아이에 대한 양육방식이나 아이의 태도나 문제가 없고 모범적이라는 거죠. 저의 이런저런 말들을 들으신 선생님 말씀이 제가 어떠한 기준을 받지 못하고 홀로 자란 사람이라 만족하거나 기준을 갖는 걸 어려워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이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어느 정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거죠. 저의 전반적인 생각이 단번에 드러나게 짚어 주시니 기뻤다랄까요? 아 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저 때문에 괴로웠던 사람도 많을 거예요. 미친놈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저도 그 미친놈였던 때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내 생각에 나를 기준 이하로 생각했던 마음이 풀어졌어요.
그렇게 감사하게도 나이가 먹어도 성장할 부분이 있고 개성하려고 노력하는 나라서 기쁜 거죠. 지난 교직 훈련에서 만난 훈련상담 교수님께서도 본인의 미래엔 봉사단체 같은걸 꾸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분의 말씀에서도 영강을 얻었네요. 사람이 안주하면 안 되고 나누어야겠구나 하고요. 그러면서 역시나 집안에만 있으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요.
2023년 불렛저널을 준비하면서 그런 점을 반영하고 있어요.
사실 아직 생각의 감기로 콜록대고 있지만 끝이 보이는 기분이네요. 그 끝을 준비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면서 살짝 설레는 기분이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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