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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병원이다. 정기적으로 혈당검사를 한다. 직장다닐때는 몇시간 빼기가 어려워 토요일에 일정을 다 미뤄놓고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곤 했다. 지금은 진찰 전 날 따로 병원에 와서 피검사를 받는 편이다. 새벽에 일어나 병원에 와서 검사 받고 진찰받으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상당히 피곤하다. 병원은 그런 곳이다. 사람의 기운을 뽑아 가는 곳.
어릴때 주사 맞기 싫어서 도망 치다 잡혀와 맞은 적이 많다. 아예 안맞은 적도 있다. 어려서부터 자주 아프던 동생은 아무렇지않게 잘맞았기에, 나는 다소 부끄러웠다. 책이나 다른 사람들의 경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날 좋은 깨달음을 얻었다. 다른 생각에 집중하면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이 나도 모르게 지나간다는 것이다. 그대로 써보았더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특히 오랜 치과 치료를 받을 때 특효다. 골돌히 생각하던 문제를 떠올리며 치료를 받다보면 금새 치료가 끝나 있다.
그러다 어느날은 이런 소리까지 들었다. ‘환자분 고통을 참 잘 참으시네요.’
아. 나는 경지에 오른 것인가라는 착각을 잠시하며, 마치 무림에서 혈을 막아 고통을 줄이던 고수를 생각했다. 무협드라마가 완전 거짓은 아닌가보다. 고통이나 무서움을 숨길 수 있는 노련미를 갖췄지만, 병원은 여전히 무섭다. 그런데 무서워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서우니 안오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관리하니까 말이다. 건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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