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3/100] 삶을 평평하게 만드는 글쓰기

uchonsuyeon 2019. 6.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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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쓸 때는 입체적인 주인공이 있어야 재미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내가 입체적인 사람이 되면 사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사람 하나는 한 권의 책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해피엔딩의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스릴 러거나 호러물일 수도 있다. 남의 관점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된다면 사는 게 그렇게나 가혹하다. 예술가의 삶은 이런 삶도 나쁘진 않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작품을 남긴다면 그 또한 그들에겐 좋은 삶일 수 있다. 나도 그림을 그리지만, 그렇게 천재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그런 삶이 맞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아니 적어도 다른 천재가 그렇게 겪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다지 그런 삶을 원하진 않는다. 

나의 삶은 후진 없는 롤러 코스터 같았다. 감정의 기복이 그리하였다. 돌이켜보면 계속 위로 오르고 있는 롤러코스터였지만 당시에는 그 기복에 토 나올 것 같아 이대로 바닥으로 내리 박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들이 많았다. X축과 y축이 존재하는 롤러코스터라면 나는 시작부터가 -50 정도였고 오르기는 힘든데 내려가는 건 그렇게 신나게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런 감정이었기에 그림 그리는 것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그림을 통해 해소하곤 했기 때문이다. 휘몰아치는 감정을 그림에 잡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그림으로 나를 온전히 표현했다면, 글은 쓰면서 나를 돌아보고 나 자신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과정에서 글은 쓰면 쓸수록 모든 것이 ,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소재가 된다. 아주 작은 우스게 소리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 긴 글이 되어 삶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그 인생의 롤러코스터 기복이 점차 완화됨을 느낀다. 아래로 내려가도 올라가도 그것은 글의 소재가 되면서 삶을 객관화해서 보게 되고 희화화하면서 삶이 남의 즐거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비자 없이 중국으로 여행 가는 일화를 적으며, 그 스스로도 이것이 이야기의 소재가 됨을 알았다고 한다. 그런 생각으로 보면 모든 것이 즐겁고 재미나다. 나의 죽을 뻔했던 하와이 신혼여행도 언젠가 이야기로 풀어가리라 다짐하고 있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최악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즐거운 일화로 남아 인생이 즐거워진다. 나는 글을 쓰면서 점점 인생의 롤러코스터가 평평해짐을 느낀다. 최악이 평균점으로 올라가면서 인생의 평균이 상승하고 있다. 나의 삶은 감사하게도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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