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주변을 산책한다. 만보정도 산책하는데 어떤 날은 홍대까지 걸어 나가기도 한다. 오늘은 일상적으로 집 부근 망원동 산책을 갔다. 급변하는 망원동이라 산책 때마다 새로운 건물이나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비가와서 그런지 거리가 한산했다. 주말이면 여여 - 남녀 커플들로 거리가 가득인 편이다. 특히나 망원시장 거리는 저 멀리서 보면 검은 머리로 가득해서 입구에 들어서는 것조차 꺼려진다. 이렇게 된 건 육중환이라는 연예인이 이 부근에 살면서 방송 촬영을 하면서부터였다. 그 전에는 주말이어도 한산해서 유모차를 끌고 가 장보기에 적당했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몰리자 생기도는 시장의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곧 젠트리피케이션이 생기면서 오래된 상점들이 하나둘 새로운 가게로 바뀌게 되었다. 독특한 음식이나 문화공간이 생기는 건 반가웠지만, 오래된 가게들이 문 닫는 건 걱정스러웠다. 현재도 계속 바뀌는 동네 모양새 때문에 점점 예전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다른 현상들은 계속해서 가게들은 생겨나고 유입인구는 정체되다보니 ‘임대’ 상태의 건물이나 가게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생겼던 채 두어 달도 안되었던 가게가 곧 새로운 가게로 들어선다. 장사 잘되던 가게도 느닷없이 문을 닫는 곳이 있다. 건너 건너 들어보니 건물주의 아들이 가게를 하게 되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가볍게 산책만 하면 좋은데, 급변하는 동네의 모습이 저절로 눈에 띄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동네 유일했던 책방이 문을 닫았다. 그곳을 애용하던 남편은 이제 책은 어디서 빌려보냐며 안타까워한다. 비단 남편뿐만 아니라 그곳을 애용하던 분들의 걱정의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살던 곳이 상가가 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떠나게 되고 가게만 남는데, 사람이 없는 곳에서 누가 사 먹을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는데 참 안타깝다.
비가 오는 주말이되니 카페가 즐비한 거리도 한산해져서 줄 서서 먹던 카페마저 한가하다. 물론 이런 날씨에도 몇 팀이나 되는 대기줄이 있는 곳도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냉정해서 이렇게 살아남는 사람은 또 살아남는다. 그런데 우리는 강자보다 약자에 가깝지 않은가. 괜히 잘 안되는 가게의 입장에 감정 이입된다. 언젠가 우리도 치킨집을 차려야 하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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