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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역으로 걸어왔다. 어린이집이 주택가에 자리 잡아서 주택만 있는 듯하지만, 역에서 걸어오는 출근자들이 많다. 10시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아침 10시 정도에도 후덥지근한 날씨인지라 다들 손에 아이스커피 하나씩은 들고 있다. 이들의 걸음을 빠르고 직진으로만 가겠다는 집념의 표정이 보인다. 처음에는 이 매서운 동작의 사람들을 요리저리 피해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게 싫었다. 그새 출근자의 마음을 잊은 거다.
그러다 오늘은 퇴근시간 즈음 역에서 어린이집쪽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갈수 있었지만 반찬을 사들고 가느라 딱 퇴근시간 6시에 맞춰졌다. 아침의 상황처럼 사람들이 역을 향해 열심히 걸어온다. 어라. 아침과 사뭇 하드라. 이들의 표정은 피곤해지지만 여우로움이 느껴지고 걸음걸이도 나긋한다. 행복의 나라로 향해 달리는 밝은 표정들이다. 아, 이 또한 내가 잊었던 표정이구나 싶다. 나는 도리여 아이들을 픽업해서 전쟁하러 가는 길이였니, 아침에 보았던 저들의 표정이 나에게 있었을 거다.
사람들이 지금의 나처럼 조금 여유로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6시에 퇴근하기 조차 힘든 회사 생활을 했구나. 6시에 퇴근하면 ‘일찍 퇴근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누가누가 늦게까지 일하는지, 일찍 정시퇴근하는지 눈치를 보며 다녔다. 세계 경제 몇위고 위상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직장인들에게 나아진 게 얼마나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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