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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00 - 100개의 글쓰기] 나는 경제 감각을 게임에서 배웠다

uchonsuyeon 2019. 8. 5. 21:31

 오래도록 한 RPG 게임으로 <마비노기>가 있다. 영웅전 말고 그냥 마비노기. 몇 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푹 빠져서 몇 시간이고 했다. 월 20만 원씩 따박따박 바쳤고, 칼 아이템도 실거래 구매를 했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삽질을 할 수 있고, 캐릭터를 예쁘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금광을 캔다던가 양털을 깎는다던가 '수제 느낌'이 물씬 나서 참 재미있어했다. 스킬을 쌓아서 1급 옷이나 장비 등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던 어느날부턴가 넥슨이 돈슨이 되기 시작했다. 세공품들이 생기고 편리해지는 시스템들이 사람들을 '삽질 매력'이 아닌 '돈질 매력'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맵도 너무 커져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서로 도와가면서 터널을 이용해 멀리 이동하던 시스템이 사라지니,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나는 경제 감각을 이 게임을 통해서 배웠다.

 첫번째로는 게임 내 경제시스템이 있어서, 물건의 시세와 그 시세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전체를 통제하는 게임 운영자와 자연스럽게 (가끔 인위적으로) 형성되는 아이템 거래가가 이에 해당한다. 경제서들은 들여다보는 것보다 게임 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게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로는 게임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생성하는 실거래 행위이다. 넥스는 무리하게 판매 아이템을 늘렸고, 유저의 재미보다는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많이 팔도록 시스템을 확장했다. 세공템이 대표적이었다. 돈슨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세공템없이는 좋은 아이템을 만들수 없기에 여러 번 구매했다. 현실에서 사회 시스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무리한 돈 뽑아 먹기 시스템은 결국 유저를 떠나게 한다. 요즘엔 그 세공템의 확률이 잘못된 조작이 있다고 하여 유저들이 대거 항의하고 이탈하는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새스토리로 다시 돌아온 유저들이 다시 접었다고 한다) 기사(?)를 보고 다시 접속해보았다. 여전히 사람은 없더구먼. 

 게임에는 통계전문가와 경제전문가 등을 직원으로 뽑는다고 한다. 작은 하나의 사회니까 필요한거다. 무리한 게임 플레이만 아니라면 이런 게임을 통해서 경제시스템을 배우는 것도 좋지 싶다. 이곳에서 사기 몇 번만 당해봐도 현실의 냉험함이 피부로 느껴진다. 해킹을 당해서 홀라당 망한 적도 있고, 길드분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선 적도 있다. 게임운영사는 게임을 망쳤지만, 유저들에겐 많은 추억과 즐거움이 있던 곳이다. 

 


덧,  게임에서 만난 사람을 현실에선 만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 어려울때 도와줬던 길마가 몸이 안 좋다는데 찾아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긴 하다. 다 같이 모여서 문병을 간다고 했는데 말이다. 지금은 그 길마 이름 조차 기억 안 나네. 

덧 2, 대만에서 모바일용으로 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한다고 해서 화제라고 하더라. 초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의 마비노기가 그리워서 다른 루트로 그 게임을 깔아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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