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바다에서 나는 시간의 결을 찾아 빗질하는 사람이다.
일렁이는 드넓은 시간의 바다에서 시간의 결들을 찾아 그것들이 엉키지 않도록 아름답고 큰 시간의 빗으로 빗어준다. 빗어내리고 빗어내리기를 여러 번 하다 보면 잠시 정돈된다. 그러나 이내 곧 어디가 처음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다시 한데 뭉쳐져 버린다. 그래도 나의 일은 시간을 빗질하는 사람이라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던 때부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는 지금까지 빗질하는 걸 멈추지 못한 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내 삶이 끝난다면 이 일도 끝을 맺겠지.
빗질을 잘하다보면 언젠가 시간의 결들을 예쁘게 땋는 일도 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곱게 빗어주었던 걸 시간의 바다는 기억할 거다. 아니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기억할 테니까.
나는 오늘도 시간의 결을 찾아 그렇게 빗질을 해나간다.
728x90
'라이프 my life >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7/100 - 100개의 글쓰기] 설레는 말들 (0) | 2019.09.04 |
---|---|
[76/100 - 100개의 글쓰기] 붓을 빠는 방법 (0) | 2019.09.03 |
[74/100 - 100개의 글쓰기] 오늘도 한발자국 (0) | 2019.09.01 |
[73/100 - 100개의 글쓰기] 단칸방 침대 (0) | 2019.08.31 |
[72/100 - 100개의 글쓰기] 소나기 (0) | 2019.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