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77/100 - 100개의 글쓰기] 설레는 말들

uchonsuyeon 2019. 9.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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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가체질 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안재홍이 같이 평양냉면을 먹는 천우희를 보면서 #설레는말들 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문득 나의 설레는 말들을 무엇일까.

 안재홍이 말한 것처럼 나도 '택배 왔어요'라는 말이 좋다. 요즘엔 집에 있다보니 가정으로 배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문을 두 번 두드린 후 택배를 놓고 가버린다. '택배 왔다'는 말은 좀체 듣기 어렵다. 

 산책하자. 라는 말도 좋다. 어느 계절이건 그 단어는 한 여름 저녁에 맞는 시원한 바람 같다. 초여름의 느낌도 난다. 아무 일 안 생겨도 마냥 싱그럽고 설레는 느낌이 '산책'이라는 단어에 있다. 더운 날 먼 거리일지라도 걸어가는 게 그런 이유가 일부 포함되었을 것이다. 

 내일 또 보자. 회사에서 이런 말을 하는 직원, 상사는 그닥 즐겁지 않다. 하지만 지금 같이 매일 볼 사람이 아이들밖에 없는 경우, 내일 또 보자라는 말이 설렐 수도 있다. 싱긋 웃으며 내일 또 보자라고 한다면 조금 설렐 것 같다. 

 월급 들어왔어. 잠시 스쳐지나가지만 그래도 월급이 또로롱 들어왔다는 문자나 글이나 말은 참 좋다. 누구나 좋을 것이다. 내가 수고스럽게 일 한 한 달의 돈이 들어왔다. 설레면서 보람차다. 스스로 기특하다. 이 번 한 달도 잘 버텨주었구나. 하루쯤은 스스로 아주 예뻐해 주며 고기 정도 사 먹는다. 고기 먹으려고 돈 벌지. 암암. 뭐 그렇다고 많이 먹지도 못한다. 겨우 1인 분. 그래도 이런 날 기념하는 건 참 좋다. 

 투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말 그리고 그 와 관련된 것들은 다 좋다. 비소리, 비와 함께 섞인 음악소리, 일기예보, 우산, 우의, 물웅덩이, 먹구름, 파란 하늘, 장마, 태풍, 비바람 번개 등등. 창을 가볍게 노트하듯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일 좋다. 이런 날은 창문을 열고 비 좀 맞으며 낮잠 자고 싶다. 

 '좋아'라는 말은 늘 설렌다. 심쿵.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다는 말이 더 설렌다. 찐한 연애보다 연애를 하기 전 설레는 썸이 더 좋다. 유부녀에게 다시 허락되기 어렵다. 그래서 드라마로 대체하면서 보고 있다. 딱 연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돌려보는 드라마가 많다. 그런데 아쉽게도 보다 보면 어느새 지겨워져서 새로운 걸 또 찾게 된다.

 '밥 먹자' 요즘은 밥먹자는 말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남녀 구분 없이 밥 먹어주는 사람이 좋다. 혼자 밥 먹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일상이 대부분이라 그런가 보다. 혼자 특별한 음식을 찾아먹는 건 왠지 인생의 과소비 같은 느낌이 든다. 매일 자기 전에 내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데, 정작 다음 날이 되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 아무거나 찾아먹게 된다. 그런데 누군가 만나서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하게 되면 어제의 소망을 이룰 수도 있어서 참 좋다. 밥 먹자는 말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건 참 설렌다. 

 

 대략 보면, 나의 정신연령이 보이는구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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