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85/100 - 100개의 글쓰기] 명절

uchonsuyeon 2019. 9. 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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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는 명절부심이 있었다. 친가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조상을 섬기는 집안이였고 조선시대스러운 곳이였다.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바쁘게 준비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 특히나 며느리들은 무척바빴다. 막내며느리인 우리 엄마는 서열이 높은 편이고 제일 멀리 살았기 때문에 늦게 왔다가 일찍 일어나는 편이였다. 여자입장으로써는 참 다행이지. 그러나 맏며느리 맏손주며느리는 참 안쓰렀다. 남자들은 밤까는 일과 손님 맞으며 술퍼마시는 일을 제외하고는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도록 시중들고 청소하는 며느리들과 무척대조적이였다. 어려서부터 친가에 맡겨져 자란 나는 이런 문화가 익숙했다. 나는 막내아들의 큰딸이라 엄마뻘의 언니들이 나를 어여삐 여겨주었고 손끝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저 무료한 나날들을 어떻게 놀지 궁리하느라 바빴을 뿐이다. 

 신경성대장중후근으로 1시간 이상 차를 타기 힘들어서 중학교에 가면서부터는 시골에 잘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명절은 TV나 보면서 마냥 노는 ‘연휴’였다. 이 연휴에 딱히 여행을 가진 않았고 쓸데없으면서도 여유로운 시간을 갖느라 바빴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편은 시댁이 머니까 자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꼬셨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보니 2달에 한번은 그 먼길을 가야했다. 명절 두번에 시아버지 기일에 어버이날에 여름휴가에 어머니 생신 등등. 차를 오래 못탔는데, 어느새 이 또한 익숙해져서 5시간만에 도착하면 빨리 도착했다고 여겨질 정도다. 아 어제는 7시간만에 왔는데, 정말 빨리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시댁식구들은 하나 같이 다 좋은 분들이다. 자라온 환경이나 사는 환경이 달라서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확실히 어떤 집과 비교해도 좋은 분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다 편한 건 아니다. 며느리기때문에 못하는 음식을 하고 전을 부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새벽 시댁에 도착해서 5시간을 자고 일어나 오전내내 명절준비를 했다. 이제는 결혼 몇년 차가 되다보니 이런 일들을 끝내놓고 작은 방에 몸을 눕고 잠적을 해버린다. 그것 또한 이해해주신다. 처음엔 이런저런 일들을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남편이 또 이런 것들을 표현하다보니 분위기가 좋아졌다.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하는 일이 다르진 않다. 그저 점차 내가 바꾸려는 걸 포기하고 있다. 원래 2박 3일은 묵어가던걸 2박 정도만 묶고 빨리 올라오고 남편이 이런저런 눈치를 조금씩은 보니까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내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것도 할 줄아는 것도 없다보니 스스로 그러려니 한다. 

 나는 기독교고 기독교가 아니라고 해도 조상을 위해 제사지내고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귀신-조상-이 오고 밥을 먹는 다는 것도 믿지 않는다. 그런 문화는 1950년에 자리를 잡고 만들어졌다는데, 마치 조선시대 초부터 그런 듯 아주 오래된 전통이라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참 이상하다.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만들고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기들이 노동을 제공하고 지낸다면 그대로 유지할런지? 풍성한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힘들게 일하는 누군가가 사라지고 다 같이 즐거운 연휴를 맞이해야하지 않을까. 아니면 다같이 조금씩 도와서 노동을 하던가. 

 정말 우수운 것은 그냥 이대로 차츰 적응을하면서 불만의 소리도 점점 줄어드는 나다. 모난돌이 둥글둥글 해지고 있다. 정을 쳐내리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ㅇ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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