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83/100 - 100개의 글쓰기] 나의 한복

uchonsuyeon 2019. 9. 10. 11:04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한복이 좋았다. 엄마가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며 선망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번째 한복은 내 몸에 딱 맞는 예쁜 옷이었다. 아마 7살이었던 것 같다. 미술학원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어린이집에서 필요해서 엄마가 구입해줬었나 보다. 나는 그 한복을 아주 많이 좋아했다. 하루만 입어야 하는데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신정까지 내내 입었었다. 한복을 입고 일어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풀어보던 게 생각난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금세 자라 버려서 그 한복은 그 일주일 가량이 전부였다. 

 중학 때 무슨 예절학교 같은 곳으로 단체 견학을 간 적이 있다. 예절학교이기에 한복이 필요했고 내 키는 160cm가 안되었는데 170cm가 되는 엄마의 한복을 가지고 갔다. 다들 자기 몸에 맞는 예쁜 '깨끼'원단의 한복을 입었는데, 나는 엄마가 결혼할 때 입었음직한 비단 한복을 입고 곱게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한복을 입는 게 좋았다. 

 세 번째 한복은 대망의 결혼식 때 입은 한복이다. 결혼식 한복은 정말 세심하게 좋은 것으로 고르고 골라 맞춰 입었다. 한 번뿐이 아니라 평생을 입어도 좋을 옷으로 골랐다. 결혼식 때입고 아이들 돌잔치나 가족 모임에도 쭈욱 입고 있다. 대망의 결혼식때 남편 저고리를 빼먹어서 '머슴'스타일로 돌아다녀야 했던 일도 있지만 소중히 잘 입고 동생네 부부에게도 빌려주면서 본전은 뽑아 잘 쓰고 있다. 

 한복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나라에서 한복을 입을만한 때나 장소가 없다. 나는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인인데 한복을 입으면 너무 튀어버리는 시대다. 일본에서 기모노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건 참 부럽더라. 다행히 최근에 현대식으로 개발된 생활한복들 많다. (개량된다는 말은 기존 것이 안 좋아서 바꾼다는 의미이기에 개량한복이라고 쓰면 안 된다고 한다) 그걸 즐겨 입는 사람들도 많아서 보기 좋다. 나도 두어 벌은 사 입고 싶은데, 아직 내게는 좀 비싸다. 한벌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옷은 '외출복'이지 '생활복'으로 생각되지 않아서 말이다.  
 큰 딸을 위해서 철릭 한복을 만들어 입혔다. 현재는 둘째를 입히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 주름치마 하나 만들겠다고 도전했다가 길고 긴 미싱질에 지친 적이 있다. 척립 한복은 나에게 너무 드넓은 존재다. 천이 차고 넘치니 언젠가 도전은 해봐야겠지. 그냥 사는 게 더 빠르고 쌀 것 같긴 하다. 이 기회에 검색이나 하러 가야지.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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