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마지막 날이다.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짤 없다. 아이들도 분명 피곤했으련만, 낮잠을 자서 그런지 밤잠은 칼같이 지킨다. 아니 따사로운 햇살 때문인가. 9월답지 않게 따사로운 햇살과 날씨 때문에 이른 아침이 눈부셨다. 몸은 맞은 듯아프고 한쪽 귀는 목감기와 함께 상태가 좋지 않다. 나의 감기가 아이들에게 옮았는지, 아이들의 목소리도 쉰소리가 난다. 다행히 일요일에 문을 여는 병원이 있어서 시간 맞춰 집을 나섰다. 산책 겸 걸어 도착한 병원은 마침 한산했다. 아이들과 나를 접수하고 나니 그제야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한참 기다릴 뻔했다. 검진과 약 처방을 받고 약국에 갔다. 눈에 바로 띄는 ‘피로회복제’를 추가로 구매했다. 잠을 자면 되지 왜 그런 걸 사 먹냐는 남편의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로회복제를 원샷했다. 진짜 피로가 회복되든 안되든 먹어주면 나아지는 ‘기분’이라 좋은 거지. 병원과 약국이 홈플러스 안에 있기 때문에 온 김에 구경을 하려고 들어섰다. 피곤한데 뭘 구경하냐며 또 타박이다. 역시나 아랑곳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바나나와 자잘한 소품 몇개를 구입 후 나왔다. 나오는데 또 옷가게가 하나 보이길래 들어서려고 했더니, ‘피곤’한데 쇼핑은 괜찮은 거냐고 또 타박한다. 한 바퀴 가볍게 돌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면서 점심메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남편 - 여보가 만들어주면 무엇이든지 좋지요.
나 - (급피곤을 느끼며)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어요. 뭐 먹고 가요.
남편 - 귀찮아하는 건 피곤을 느끼는 거 아닐까?
나 - 아니 너무 하기 싫은 건 딱 피곤한거니까 그냥 급 피곤해지는 거지.
남편 - 쇼핑은 안피곤하더니..
생각해보니 그렇다. 하기싫거나 싫은 일은 급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나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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