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올 즈음이 되면 비리비리한 모기님들이 극성을 부린다. 집안에 갇힌 두세 마리의 모기님들이 활보하며 내 다리도 물고 아이 볼도 물었다. 한밤중에 '윙'거리는 소리가 이명인가 했더니 정말 모기였다. 1층에 내려둔 검은 쌍둥이 유모차엔 늘 모기들이 잠을 자고 있다. 아이들 태우기 전에 탈탈 털어줘야 한다. 모기는 참 무섭다.
문득 얼마전, 그래 한 여름인데 얼마 전, 집에 들어온 똥파리 한 마리가 생각났다. 원래는 두 마리가 들어왔는데, 한 마리는 어찌어찌 무자비하게 잡아 죽였지만, 한마디를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날쌘돌이가 되어 영 잡기 쉽지 않았다. 음식물쓰레기 등이 널려있는 주방이지만 뭔 일인지 최근에 밀봉되는 쓰레기봉투로 바꾸었고, 원래 음식이 없어서 그런지 파리가 다가오는 기미는 느낄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곧 파리의 존재감마저 잊어버렸다. 한가족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신경해지면 '늘 거기 있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그렇다.
그날은 마음먹고 구석구석 청소하는 날이였다. 아이들의 실내 미끄럼틀 밑으로 한 마리 우람하고 검은 생명체의 흔적이 보였다. 그렇다. 파리였다. 이 똥파리는 미끄럼틀 밑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채 박제화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에게 똥파리를 잡았다(?)며 자랑을 하고,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나나 너나 괴로울 듯해서 빗자루에 잘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렇게 파리는 처음과 끝을 보여주며 여름을 끝냈다.
그런데 모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모기는 생각은 있는 걸까? 집에 갇혀서 3명의 순진무구한 생명체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며 사는 모기 너는 언제 죽을 거니? 그렇게 살면 재미있니? 혹시 죽는다면 내가 보이는 앞에서 죽어줄래?
이런 생각을 하다, 예전 콜라라는 그룹의 '모기야'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이 작사가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다 이런 노래를 만들었겠구나. 모기의 삶이 노래로 만든 별난 그 작사가가 대단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나처럼 몸은 안움직이면서 누워 별의별 생각을 하는 또하나의 생명체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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