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남편과 영상통화를 한다. 주말부부기 때문에 잠자기 전 안부 통화를 하는 형태이다. 영상통화다 보니 처음에는 아이들도 재밌어했다. 그러다 점점 흥미를 잃자 영상통화가 지겨운 모양이다. 그냥 잠자기 전 얼굴을 비춰주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끊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는 곧 헤어진 아빠를 영상으로 다시 보아서 그런지 흥분한 큰 아이가 팔뒤꿈치로 내 눈을 가격했다.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나는 아픔에 팔로 눈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그리고도 큰 아이는 핸드폰을 가로채려다 내 가슴팍 위로 그걸 떨어뜨렸다. 아픔과 짜증에 큰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웅다웅하는 그 모습이 실시간으로 남편에게 전송되고 있었다.
다시 핸드폰을 찾아와 남편을 보니 광대가 승천하며 씰룩대고 있다.
- 웃겨 웃겨?
- 아니, 여보는 훈육을 해야지 왜 애하고 같이 싸워? ㅋㅋㅋ
예전 아이를 낳기전 항상 하던 남편의 말이 떠 올랐다.
- 여봉의 정신연령으로 보아선 애랑 놀다가 같이 싸울 것 같아. 그리고 한 5살이 되면 애들이 정신연령이 더 높을걸?
뜨끔함과 남편이 하던 말들이 떠올라 나도 깔깔대며 웃었다. 재밌어서 웃었다기보다 약간의 화와 황당함이 섞인 웃음이었다. 사실이기 때문에 부끄럽기도 했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건 좋은데, 아이가 잘못하면 훈육을 해야 하는데, 나는 왜 같이 싸우고 있었니. 애들하고 놀면 잘 논다고 칭찬(?)을 해주는데, 그러면서 늘 덧붙인다.
- 여봉은 잘놀아주는게 아니라, 애들하고 그냥 같이 잘 논아. 장점이야 장점.
장점은 개뿔. 그러나 인정한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의 정신연령을 앞질러 간다는 것을............... 7살만 되어도 큰 애한테 무시당할 것 같다. 이미 '엄마 그게 아니라~'를 시전하는 큰 따님이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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