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일이 있어서 상당히 바쁘다. 그럼에도 이 글을 빼먹지 않고 쓴다는 게 기특하다. 그런데 이 글마저 쓰지 않는다면 삶이 너무 바쁜 느낌일 것 같다. 잠시 짬 내서 쓰니까 스스로가 더 예쁘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사실 나는 바쁜 게 좋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그 바쁨을 어느 정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이걸 깨닫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작년 '수군작'님 고전학교 강의 후 토론시간에 질문을 하다 듣게 된 말이 '바쁜 것에 중독된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힐링'을 권할 텐데, 반대로 계속 바쁘게 살아가라는 말은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남편도 프로젝트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지라 일하지 않으면서 바쁜척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이해한다. 한가한 것보다 바쁘게 일하는 게 더 낫다.
최근에 바빠지면서 두번째로 깨달은 것은, 상당히 바쁘게 있다가 아이들을 대할 때 좀 더 상냥하다는 것이다. 한가하게 놀다가 아이들이 오면 되려 바빠진다. 그런데 상당히 바쁘다가 적당히 바쁜 시점이 되면 되려 쉬는 느낌이 든다.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확실히 나는 '바쁜'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결론냈다.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계속 결론 내는 내가 참 우습지만, 새로운 발견을 꾸준히 하는 내가 또 재밌다. 문득문득 나의 행동들이나 생각을 돌아본다. 흘겨들었던 '나에 대한 평가'가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보는 다른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계속 탐구하고 배워나갈 여지가 많은 나라서 참 좋네. 허허허 허 곧 잊어버리는 귀여운 매력도 많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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