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uchonsuyeon 2021. 2. 25. 12:56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 지은이 김호

질문은 참 어렵다. 특히 한국 조직문화에서 질문은 욕먹을 각오는 되어 있어야 한다. 

욕먹을 먹거나, 일을 떠안거나. 그 둘 중 하나를 득템 하게 되는 것인 한국 사회에서 '질문'이다. 아, 그런데 내가 했던 질문이 잘못되었나 보다. 

나는 특히나 질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아니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중딩때의 일이었다. 학기가 끝 나갈 즈음, 선생님들은 수업 대신 자율학습시간을 종종 주셨다. 그때, 한 선생님께서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을 갖으셨다. 어떤 질문이든지 대답해주시겠다는 호기로운 말에 아이들은 하나둘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나도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 선생님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나요?

당시 머리가 좋아진다는 광고를 하는 약을 먹고 있었다. 상호명과 제품명이 기억안나는데, 누구나 들으면 아는 회사였다. 눈에 좋다고 하는 눈약인데, 광고는 머리가 좋아진다니 참 희한한 약과 약 광고였다. 아무튼, 나는 정말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는지 궁금했다. 광고를 다 할기 때문에 비꼬아 질문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호통을 치며 비웃으셨다.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반전체 아이들이 있는데 말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이자 호기심 대왕이였던 한 소녀에게 비수를 꽂는 사건이었다. 

그 후로 '질문' 트라우마가 생겼다. 아, 물론 1:1 개인에게 하는 질문은 그럭저럭하는 편이었지만, 흡사 대인공포증 같은 게 생겨서 지금까지도 고생이다. 

이 트라우마 덕에 말하는 법이나 질문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만족스럽진 못했다. 똑똑한 사람의 똑똑한 질문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회생활하기 편해지는 질문법이거등요.


이 책 <그렇게 질문하면~>은 읽으면서 전제자체가 다른 것, 그리고 질문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의 전환을 가졌다. 일단, 질문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도구이다. 이 도구를 어떻게 써야 효율적인가? 그리고 얻기 위한 것에 칼을 들이밀어 먹어야 할 것과 꽃을 들이밀어 얻어야 할 것이 있을 거다. 어떤 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는 본인의 몫이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에서 얻고자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의 큰 차이가 이것이었다. 나는 그저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만 알고 있었다. 저자의 실생활에서 질문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내가 했던 질문과 대화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반성하게 하는 책도 참 드물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서 나도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필요한 질문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알게 된 탓에 이 질문의 기술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터득한 여력이 없었다. 

좋은 책들을 읽으면 생각한다. 

- 이 책을 사회초년생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회생활이 얼마나 더 편해졌을까 이 말이다. 개떡같이 일을 지시하고 혹은 개떡같이 알아먹고 넘어가는 경우의 결과는 결국 '을'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상당히 '을'과 '조직생활'에 대한 기준점을 가지고 '질문하는 법'을 설명해준다. 내가 '을'인 게 불쾌할 수 있겠지만, '을'인걸. 이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회사생활이 편하다. 물론, 이런 질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갑'의 역할도 기술한다. 내가 많은 직원을 거느릴 것 같진 않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나 팀장으로서, 거래처와의 대화에서 등 여러 가지 써먹을 주요한 내용들이 많다. 

일단 나의 잘못부터 이야기하자. 

갑, 대표, 팀장의 중요한 자세다. 서로 남탓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매출 하락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우리 개선해야한다'에서 '나'가 빠졌다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다. 조직에서 개선점을 찾는데, 나도 종종 나를 잊은 적이 많지 않은가. 나는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아도 잘못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자는 업무에서 필요한 생존기술(질문 기술)을 다양한 외국 연구사례를 들면서 설명해준다. 그리고 애매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조언'을 구할까, '의견'을 구할까? 그리고 성공할 거라는 자기 암시 강한 성공 책들과 다른 결의 이야기를 한다. '만약+실패'의 경우에 대해 생각하면서 실패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실제 긍정적인 사람보다 비관적인 사람이 팀장이나 대표가 된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던데, 이런 경우에 알맞아서 아닐까. 조직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더 성장시키는 사람보다는 안정적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하며 운영하는 이가 더 선호될 것이다. 

억지로 긍정형으로 생각하면서 '잘될거야'를 읊조리기만 하지 않는 실패에 대한 질문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한가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이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다. 여러 가지 일을 고민해야 하는 현재에서 뒤통수를 땅 때리는 말이었다. 남을 혹은 나를 바꾸고 싶다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은 매일 꼭 해야 한다. 한 가지만 집중해도 버거운데, 괜히 멀티태스킹을 하려 하다니 스스로 꾸짖어 본다. 

나처럼 질문이 어려운 사람은 여기여기 붙어~ 독서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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