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꽃밭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uchonsuyeon 2021. 4. 27. 12:54

원래 나는 꾸덕진걸 좋아한다.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서. 게임 마비노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오래 했는데, 그건 삽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부가 되어 광물을 캐고 그걸로 재련을 해서 무기를 만드는 길고 긴 과정을 즐긴다는 말이다. 우선 스킬부터 찍으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참 오래 걸린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즐기는 변태이랄까. 인내는 일부러 만들고 찾아가니까 말이야.

아무튼 꽃밭도 그러했다. 작년 튤립 구근을 심어서 다시 피워내는 데 있어 그건 일 년의 시간이 아니라 2년에 가까운 시간의 기다림이었다. 2년 전 실패한 구근들도 끌어모아 도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피워내고 싶던 겹꽃 튤립이 있었다. 식샤탈리어스였던가. 아무튼 그 아이들이 봉우리가 생기고 피어나기 직전.

둘째 아이는 겹꽃 종류의 모든 튤립을 아작냈다. 왜 하필?? 

그 허탈함이란.. 더군다나 정화조를 설치한다고 꽃밭이 망가지기 직전까지 갔다. 그리고 혹시 집을 짓는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

아 놓자. 마음을 놓자. 애정을 둘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었다.

에라 잇. 다년생 말고 일 년생으로 가자. 다행히 시골 식물원에서 파는 건 서울의 1/4 가격이 되나 보다. 500원이면 작은 화분 하나 가득 핀 꽃을 살 수가 있다. 이래저래 만원 어치면 다양한 꽃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하아. 그래서 이런저런 모르는 꽃들을 모셔와 심어주었다. 양귀비는 알고! 

원래 양귀비도 씨앗을 사다가 심었는데, 1차로는 정화조 작업하면서 10cm에 달하는 깊이로 묻어주셨다. 2차로는 정화조 마무리 작업차 평일 오셔서 작게 남은 사이드 꽃무더기 위에 뭔 물건을 올려두셔서 다시 심어 두었던 다른 꽃까지 누워있더라. 아, 그리고 내가 잘못한 건지.. 꽃수레국화를 하우스 옆 안전하다 싶은 곳에 심어뒀는데, 정화조 후처리 하러 와서 큰 돌들을 왜 그 위에 올려둔 건데................. 하아. 3차 화남 ;ㅂ;) 아저씨 왜 그래! 왜 골라서 그래!!! 

어휴 마음을 비우자... 

큰 콘트리트가 올라갔었음에도 부러지지 않고 살아난 자엽안개에 잎이 나오고 있다. 흡사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형상의 나뭇잎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 같다. 아주 예쁘다. 다만 색이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 나오는 구랴. 정말 잘 샀어. 너 최고야!! 

 

 

 

양귀비는 700원에 4개를 들여왔다. 작은 키위같은 몽우리가 탁하고 터지니 팍 하고 꽃이 핀다. 양귀비가 꽃피는 건 첨보 앗다. 그리고 여럿 송이들이 들어올라 올 예정이라 매우 흐뭇하다. 벌들이 윙윙거리며 꿀 빠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꿀 빠는 직업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사실 꿀 빨면 매우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여왕에게 바쳐야 하잖아? 꿀 빠는 직업보다 꿀 빠는 걸 상납받는 직업이 더 좋다. 아 그러니 건물주? 혹은 주주? 

 

라넨큘러스였었습니다. 둘째가 꽃 앞에 앉아 어여쁘다 하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꽃잎을 무참히 뽑더라. 하하 나는 해탈했어. 

주말에는 손님도 오고, 새로 꽃을 더 들여왔다. 버니테일과 이름 기억 안 나는 한 종 그리고 가우라(바늘 가시꽃) 총 9개다. 가우라는 이미 있는데 새로 싹이 올라올 기세가 보이지 않아서 꽃밭 경계 돌을 살짝 뒤로 밀어 확장시키고 심었다. 꽃밭이 긴 형태인데 3자가 엎어진 산형태로 만드려고 한다. 그리고 아주 빡빡하게 만들어서 숲처럼 만들고 싶네. 그러려면 잡초도 허용해줘야 할 것 같은데, 몰겠다. 흠. 서양 잔디던가 그걸 좀 심을까. 

오며 가며 잡초도 뽑고 꽃도 심고 이런저런 잡일을 좀 했더니, 꿀잠 잤다. 역시 육체노동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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