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참 할 거 없다. 천막 아래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있기도 애매하다. 바람까지 불면 더 그렇고.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소설을 읽는 것도 좋긴 하다만 아이들이 정말 할 게 없다. 다 같이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많다. 비가 안 올 때면 짬짬이 애들을 내보낸다. 흙투성이가 되어 옷을 몇 벌 버리기도 하지만 1년이 되어가니 이것도 적응된다. 다행히 정화조 공사도 했고 뜨거운 물도 미리 데워두면 나오니까. 흙투성이가 된 딸과 딸 친구를 같이 씻겨주었다. 몇 백들인 보람이 느껴진다.
딸기가 열매가 맺혔다. 작년에 두세개 맺은 모종 세 주를 가져왔는데, 올해엔 여기저기 번져서 상당히 많은 딸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고라니나 벌레들이 그냥 두려나 모르겠다. 작년에도 누군가 와서 잘라먹어갔는데 말이다. 둘째가 유난히 딸기를 좋아해서 벌써부터 눈여겨보고 있다.
꽃밭은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 꽃사러가면 큰아이와 둘째가 자기들의 꽃도 골라서 우격다짐으로 담아오는데 주로 핑크 꽃을 골라온다. 5살 짤 둘째는 핑크와 빨강만 입고 좋아한다. 나는 노란 꽃. ㅎㅎ 씨앗도 한참 뿌렸는데 어서 싹이 올라오고 자라면 좋겠다. 수레국화는 6월부터 꽃이 핀다는데 벌써 조급하다. 아빠가 주고 가셨던 이름 모름 씨앗에서는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다. 과연 무슨 꽃일까. 줄기와 잎만 봐서는 코스모스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뭘까 뭘까.
주말에는 남편 친구 가족이 놀러왔다. 원래 3집이 모여 놀았는데 코로나 인원 제한 감안해서 딱 두 집만 모였다. 숯불에 장어를 구워 먹고 오래간만에 와인도 먹었는데, 과식했는지 급체했다. 나이가 먹으니 위장이 약해진다고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평생을 위장이 약했다. 다행히 그랬기에 음식에 거리를 두거나 뒤처리를 빨리 할 수 있다. 무언가 안 좋다는 느낌만 들면 배를 따뜻하게 해 주고 휴식을 취한다. 시골에 온다고 해서 딱히 몸이 좋아지진 않는데, 그냥 꽃도 보고 풀도 보고 마스크도 안 쓰고 있을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늘어지는 감도 있지만.
아마 같음 마음이겠지. 주변 주말농장들도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손주가 오기도 하고 친구들이 오기도하고. 어떤 집은 셋집이 모여 마당에서 캠핑도 하더라. 대략 코로나 제한 인원 맞춰서. ㅎㅎ 떠들썩하는 게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우리도 그럴 테니 그러려니 넘어간다. 오며 가며 심으라고 모종이나 씨앗도 주시기도 하고 아스파라거스 먹으라고 뽑아주시기도 하고 받는 일이 많다. 우리가 드릴게 많지 않다 보니 작년에 수박을, 빵을 사서 이집저집 드리기도 했다. 제대로 받을 줄 알아야 제대로 드릴 줄도 아는 것 같다. 받는 게 아직 부담스러운 셔울~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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