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45/100 - 100개의 글쓰기] 뷔페가 좋아지지 않는 나이

uchonsuyeon 2019. 8. 3. 23:09

 예전에는 뷔페가 참 좋았다.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뷔페가 좋지 않았다. 그때의 이유는 많이 못 먹어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뷔페가 안 좋은 이유는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향도 확고해져서 그럴 거다. 예전에는 다양한 경험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만족시키는 취향이 우선이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지 못하는 반면, 좋아하는 음식은 맛이 좀 덜해도 많이 먹는다.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는 건 안 맞아서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자주 가던 뷔페집을 다녀오며 그 경험과 취향이 확실해졌다. 먹어 볼까 싶어도 손이 안 가는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여도 몇 가지를 섞어 먹고 나니 제대로 먹은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속에서 맛이 섞여버리는 느낌이었다.

 뷔페가 좋지 않지만, 모임 참석자의 다양한 취향을 존중할 수 있어서 이만한 대안은 없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면을 좋아하는 사람, 매운 것을 먹고 싶은 사람, 회를 먹고 싶은 사람 모두의 욕구가 쉽게 충족된다. 그러나 먹으면서도 뷔페에 돈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졌다. 다만, 여름이라 그런가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이어서 다행이었다. 몇 잔의 드라이 와인을 가져다 취기가 오르기 전까지 마셨다. 정말 좋아하는 주꾸미 전문점에서 이 와인과 마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뷔페의 주꾸미는 정말 입에 안 맞는다. 테이블당 1개씩 준다길래 받아왔는데, 맵고 달기만 하다. 샤부샤부도 나오는 곳이라 야채를 우려 놓고 해산물을 넣었다. 해산물 국물에 소고기를 헹궈(?) 먹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국물이 진해질수록 아이들도 더 좋아한다. 특히 둘째는 국물에 밥 말아먹는 걸 좋아한다. 비록 미취학아동으로 같은 값을 내어 더 아깝지만 배불리만 먹어준다면 괜찮다.
 같은 테이블의 초등학생 조카가 소고기를 다 건져먹더니 소량의 칼국수 면을 가져와 붓는다. 면이 익기 도전에 건져먹기 시작한다. 나도 슬슬 국물을 받아먹으려고 하는 찰나, 조카는 남은 면과 음식 건더기를 냄비에 부어버렸다. 자기는 다 먹었다는 표시인데, 나는 조금 황당했다. 아이의 아빠에게 말을 하면 분명 혼을 날 거라, 그리고 나도 크게 화는 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국물을 먹어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역시나 뷔페랑은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며 나왔다. 

 오랜만의 모임이고 얻어 먹은적이 많아서 남편이 자기 용돈으로 계산했다. 맞벌이 때라면 돈보다는 전체 모임 분위기만 좋으면 좋다고 생각했으련만, 본전이 생각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남편을 만나고 가족에게 여유롭게 베푸는 걸 배웠지만, 조금 더 효율적으로 베풀면 좋겠다. 그나저나 쓸데없이 먹은 음식들을 다시 배출하려면 얼마나 운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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