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57/100 - 100개의 글쓰기] 토닥 토닥

uchonsuyeon 2019. 8. 15. 07:18

 

 큰 아이는 예민해서 그런지 잠을 잘 때면 무섭다며 엄마품에 파고들곤 한다. 어젯밤에는 쫑알거리며 자신이 봤던 명탐정 코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 꼬마가 따라와서 자신에게 독침을 쏘면 어쩌냐는 것이다. 그 꼬마는 독침이 아니라 마취총으로 잠들게만 한다고 설명을 해줘도, 큰 아이에겐 ‘독침’으로 각인되었나 보다. 그러면서 자신은 원래 잠을 잘 못 잔다는 둥 뭐라 뭐라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말을 안 하면 금세 잠든다고 설명해줘도, 자신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것이기에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뫼비우스의 띠 같다. 

 말을 더 이상하면 안된다고 가벼운 협박을 하고, 큰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리기 시작했다. 말을 곧잘하고 자기 고집과 생각을 갖춰나가는 중이라 많이 자란 듯해도, 큰 아이의 엉덩이는 여전히 내 한 손보다 작다. 

  ‘토닥, 토닥’

 채 열번도 토닥거리지 않았는데, 큰 아이는 어느새 새끈거리며 잠이 들었다. 

 나는 잘 때 누가 내 몸에 붙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아기 같은 큰 아이는 엄마품에 안기거나 엄마 몸을 쓰다듬으며 자는 걸 좋아한다. 내 입장으로써는 힘든 일이다. 잠들만하면 누군가 쓰다듬으니까. 짜증도 냈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아이는 아직 5살도 채 안되었고, 엄마품이 좋을 나이다. 그리고 내가 잠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이를 잘 보듬고 토닥여서 어서 재우는 것이다. 

 엄마가 잠들기전 책을 읽어주고 잠들 때 품으로 꼭 끌어안고 자장가를 부르며 엉덩이를 토닥여 준다. 아이에게 평생의 좋은 기억이기도 할 것이다. 엄마가 철없고 제멋 대라 좋은 엄마는 아니지만, 저런 좋은 기억들로 그럼 엄마를 사랑하고 용서해주지 않을까. 내가 나의 엄마를 그렇게 기억하는 것처럼.  

 덧, 둘째는 너무 독립적이라 내 발 밑쪽으로 내려가 혼자 잠든다. 안고 자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다. 둘이 왜 이다지도 성향이 다른가. 고양이 같은 둘째의 매력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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