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61/100 - 100개의 글쓰기] 바나나킥

uchonsuyeon 2019. 8. 19. 18:59

 무엇이든지 골라 장바구니에 넣어라.

라는 말에 큰 아이는 바나나킥을 하나 집어넣었다. 아주 어려서부터의 교육 때문인지 아이는 ‘하나만’ 골라 넣는 편이다. 최대 2개다. 예전 추석용돈을 많이 받았길래, 일부는 은행에 넣어주고 일부는 장난감을 사주기로 했다. 받아쓰는 장난감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비싸거나 유행하는 장난감이 없어서 하나쯤은 사주고 싶었다.(그때 용돈도 많이 받았었다) 큰 아이는 대형마트를 돌면서 4만 원 상당의 옷토넛 세트를 골랐다. 다른 곳도 마저 다 보고 천천히 고르라는 말에 두어 바퀴를 돌다가 미미인형의 ‘인형 옷’ 하나를 발견하곤 그걸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것 하나 더 사도 된다고 했지만, ‘하나만 사야 해요’라며 거절했었다. 그 후로도 슈퍼를 가든 대형마트를 가든 늘 한 개만 구입했다.

 식전에 큰 아이가 바나나킥을 먹겠다며 들고 왔다. ‘한 개’만 먹겠다는 아이는 한개를 입에 물고는 금세 녹여먹었다. 바나나킥은 통통한 모습과는 다르게 입 안에 넣으면 바로 녹아버린다. 아이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나의 눈치를 보더니 두 번째 바나나킥을 입에 넣는다. 세 번째 가 입안으로 들어가서야 나는 아이가 눈치 보는 이유를 알아챘다. 오늘은 두통이 심해 앞뒤 생각이 짧은 날이라 아이가 한 개만 먹겠다고 했던 약속을 잊고 있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바나나킥 하나를 집어 먹었다. 나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과자를 적게 먹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에 두세 개를 입에 넣고 먹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이렇게 사르르 녹아버리는 유형이라면 두 개는 입에 넣어야 성미에 찬다. 나도 열심히 먹기 시작하자, 큰 아이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곧이어 둘째도 가세하여 열심히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봉지에 남겨진 바나나킥 가루들이 봉지밖을 탈출해 소파 위로 떨어졌다.

둘째는 물이든 과자든 공중에 뿌리는 걸 좋아한다. 너무 열심히 빨리 먹어서 이런 걸 막는 타이밍을 놓쳤다. 청소기로 소파 사이사이에 낀 가루들을  가볍게 뽑아냈다. 친구가 보고 있다면 ‘너 참 성격 좋은 엄마다’라고 하겠지. 나는 단지 말도 안 통하는 애와 다투기 싫다. 가벼운 훈육정도만 하고 넘긴다.
 먹성 좋은 둘째가 계속 뱃골을 늘리고 있어서, 다음에는 두 개를 사야겠다. 나까지 셋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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