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함은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초중고 생활 기록부에는 '아이가 산만해서~'라고 시작하는 구간이 많다. 왜 나를 그리 한정 짓나 싶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그걸 스스로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만하다는 것은 많은 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런 나라 많은 것을 주의 깊게 보고 관심사에 관련된 것들을 열심히 끌어모은다. 한 때는 인형 콜렉터로 돈지랄 생활을 했었다. 큰 돌피인형부터 작은 인형까지 모았고, 핸드메이드 인형 옷샵도 운영했었다. 결국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좋아서 관뒀다.
주변에서 산만한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산만해서 재밌었다. 다양한 것들안에서 재미를 찾았고 그 과정은 참 즐겁다. 산만함이 장점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은 스토리를 짜고 아마추어 만화를 그리면서 더 강해졌던 것같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타인의 성격이나 취향 등에 대해 세밀히 관찰하고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난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노트 하나를 고를 때도 그 만의 선택 기준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생각과 설정이다.
독서도 여러 책들을 읽고 그 내용등을 취합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면서 발전한다고 하는데, 다른 물건들의 취향에서도 그렇다. 모든 물건들에 대한 지식을 쌓고 정보를 취합하고 고르다 보면 새로운 조합이 태어난다. 나의 일들도 그렇다. 현재 하는 일들은 결국 과거의 덕질에서 온다. 노트와 필기류를 사랑하고 민감한 덕분에 관련된 일들을 조금은 쉽게 할 수 있다. 경험이 쌓여서 결과를 낳는다. 아무런 정보도 경험도 없다면 일하기가 꾀나 어려웠을 것이다. 미즈노 마나부의 <센스의 재발견>이란 책에서도 센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에서 이런 경험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정보들이 무한대로 입력되는 곳 한가운데 있다. 관심을 갖고 흘러가는 정보들을 잘 살펴보면 새로운 결을 찾을 수도 있고 재미도 찾을 수 있다.
현재의 나는 다양한 관심사, 쓸모없을지도 몰랐을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졌다.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 것같다. 재미를 찾아서 다양한 관심사를 갖으며 산만하게 풍성하게 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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