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기록하는 삶 bullet journal

[인생 기록 노트] 한 권 없어요?

uchonsuyeon 2021. 6. 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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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기록하는 [인생 기록 노트] 한 권 있나요?

사진의 양장 노트는 92년 12월 동생이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내 평생 가장 비싼 노트다. 92년 당시 만원이나 했다. 종이질도 제법 좋다. 내지도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재미나게 활용 가능하다. 표지와 비슷한 느낌의 꽃이 난무하는 원형의 리스 모양 그림도 있다. 취향타는 스타일의 노트지만 제법 고급지다.
당시 중학생이였던 나는, 노트에 무엇을 적을지 한참 고심하곤 했다. 미래의 나에게 말하듯 그 당시의 취향(좋아하는 가수, 배우, 좋아하는 노래)들을 적어 넣었다. 노트를 아껴서 가끔 생각날 때만 적었다. 그 기간이 1-2년이 되기도 3-4년에 한 번이 되기도 한다. 멀리 가거나 바쁜 일이 있을 땐 잘 적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거의 30년을 쓴 것 같다. 아직 반도 적지 못한 노트를 휘리릭 넘기면, 죽기 전에 보는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
10대엔 공부에 대한 고민이, 20대엔 사랑에 대한 것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간간이 그림 알바는 했지만 여전히 본업은 그렇지 않았다. 디자인 전공도 아니여서 주경야독으로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늘 미래에 대한 준비만 했다. 그리고 취직을 했어도 늘 어려운 회사였기에 안정은 30대에서야 찾아왔다. 이런 인생의 큰 흐름이 이 노트에 적혀있다.
물론 오글거리는 내용도 많다. 이상한 자작시도 적었고, 괜찮은 자작시도 적었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에 대한 괜찮은 부분들도 보인다. 그리고 암울했던 시기의 터널속 나 자신도 보인다. 지금 돌이켜보자면 그 당시의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다. 영화 <나비효과>를 보면 어느 한 시점으로 돌아가던데, 여기 적혀있는 날짜들로 돌아가면 어떨까. 일단 좀 귀찮네. 하하
오랜만에 노트에 요즘 일들을 적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줘야겠다. 우선 내가 쓰다가 애들에게 넘겨줘야지. 한달에 한번 말일 월말일기를 쓸 예정이다. 아이들이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조금씩 쓰게 해야겠다. 현재로써는 하루도 안 가서 노트한 권을 난장질해 놓을 테니까. 이런 창의력쟁이들. 유후~~~~~~ -_-);;;

쇠뿔도 당기는 김에 빼라고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비싼 노트 두권을 샀다. 권당 17500원이나 된다. 30년이 지나도 괜찮을 걸로, 종이양도 많고 종이질도 좋은 걸로 비교해서 구매했다. 아마 저 밴드는 10년도 채 못 가서 늘어지겠지만, 최선이었다.


첫 장은 아이들의 출생과 현재 모습 캐릭터와 태어날 때의 감정 그리고 현재의 모습, 특징에 대해 적었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겠지? 앞 2~3장은 큰 사건에 대해 적고 그 뒤부터는 그때그때 이야기를 (월말일기) 적을 예정이다. 현재 내 노트가 그런 형태다. 인생에서 큰 굴곡이 있을 때마다 첫 장에서 2장 정도까지 한두 줄 적고 있다. 인생의 인텍스랄까. ㅎㅎ
아이들이 커가고 내가 이 세상에 없게 되는 그날, 아이들이 들쳐보고 좋은 기억들을 끄집어내 주면 좋겠다. 충분히 사랑받았고 그럴 자격이 있으며, 누군가에게 베풀수 있는 삶이 되길 바란다.


덧, 풀디자인 노트인데, 인터넷 샵으로 들어가니 스크래치버전으로 저렴하게 팔더라. 바로 몇권 구매. 으하하하.... 이렇게 너무 많이 사면 인생기록노트로써 너무 헤픈거 아닌가... 내가 가지고 있던 노트는 많이 유니크하다보니 꽂아둬도 구분이 간다. 옆면에 금박도 들어가 있고. 에잇. 모르겠다. 나도 더 즐겨쓰면 좋지 뭐.

덧, 노트사러 가서 사온 스티커는 아낌없이 애들 노트에 붙여줬다. 으하하하.... 그러고도 많이 남아서 내 다이어리에 많이 붙였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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