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매주하는 주말농장여행 167

비가 내리는 주말양평

비가 내리면 참 할 거 없다. 천막 아래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있기도 애매하다. 바람까지 불면 더 그렇고. 비 오는 창밖을 보며 소설을 읽는 것도 좋긴 하다만 아이들이 정말 할 게 없다. 다 같이 유튜브를 보는 경우가 많다. 비가 안 올 때면 짬짬이 애들을 내보낸다. 흙투성이가 되어 옷을 몇 벌 버리기도 하지만 1년이 되어가니 이것도 적응된다. 다행히 정화조 공사도 했고 뜨거운 물도 미리 데워두면 나오니까. 흙투성이가 된 딸과 딸 친구를 같이 씻겨주었다. 몇 백들인 보람이 느껴진다. 딸기가 열매가 맺혔다. 작년에 두세개 맺은 모종 세 주를 가져왔는데, 올해엔 여기저기 번져서 상당히 많은 딸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고라니나 벌레들이 그냥 두려나 모르겠다. 작년에도 누군가 와서 잘라먹어갔는데 말이..

이제 밭같나요 / 봄밭 ㅎㅎ

밭에 모종과 씨앗을 심고 잘 자라고 있다. 작년 망했던 상추가 있던 자리엔 씨앗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지 상추가 올라오고 있다. 초당옥수수 씨앗을 심은 곳에서 옥수수가 올라오고 있는데 바로 밑이다. 이 상추 종자들은 잎이 가늘고 작아서 잘 자랄 수 있을까? 남편이 뽑자고 하는데 일단 두기로 했다. 작년 생각하면 잘 자라지 못할 것 같다. 멜론 수박과 수박 2주와 단호박도 밭 끝쪽에 심어뒀다. 올해는 단호박에 약을 잘 해서 벌레 사태가 없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위치가 애매해서 수박 하나는 밟혀서 부러졌다. 애들이 그랬는데, 보안해줬는데 나도 밟고 지나가더라. 위치 선정이 애매. 남편이 심은 땅콩 3알에서 엄청난 싹이 올라왔다. 생명력 갑이다. 고구마는 10주만 파는 곳을 인터넷에서 찾았다. 택배비랑 비슷...

큰 아이가 만든 첫번째 향수

고수가 한가득 자라올라 큰 아이에게 보여주고 냄새를 맡게 했다. 좋단다. 그러곤 향수를 만들겠다며 열심히 따간다. 남편이 이리와 보라는 말에 가보니, 조팝꽃도 죄뜯어다 넣었다. 민들레도, 산마늘 꽃도, 꽃팥의 흰꽃들도 알알이 잎잎이 자리를 잡고 있다. 뜯지 말라고 어르고 달래는데 보는 앞에서 꽃모가지를 댕강 잘라 넣는다. 어휴 널 어쩌니. 일년밖에 못사는 꽃이라고 사정사정을 해 막았다. 세뿌리의 흰꽃 중 한 뿌리의 꽃들은 이제 없다. 씨앗을 내려던 산마늘꽃도 그렇다. 튤립을 아작낸 둘째가 있었기에 초탈자가 된 것인가. 남편말마따나 이렇게 놀게 하려고 주말농장하는 거지 뭐. 허허

코스모스는 캥거루 같아

호주에 있을 때 캥거루를 실물로 본 것은 멜버른 동물원과 필립 아이랜드에 갔을 때다. 둘 다 친구가 놀러 와서 갔었다. 동물원을 제법 좋아하지만 차가 없다 보니 이동이 어려워 혼자서는 엄두를 못 냈었다. 그래서 차가 있는 친구가 와서야 만 갈 수 있었다. 멜버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던 건 거기에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고 거기에 있는 친구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없었다면 나는 호주 가서 캥거루 한번 못 보고 왔을 것이다. 호주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 코알라와 캥거루인데, 코알라는 그냥 코알라다. 연예인중에서 어떤 연예인들은 실물로 봐도 '와~연예인이다'라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너무 똑같거나 현실감이 없어서다. 그런데 캥거루는 '엇.. 캥거루?'라는 말이 나온다. 캥거루의 반전 매력..

양귀비꽃의 날개

떨어진 양귀비의 꽃잎은 나비의 날개와 닮았다. 꽃봉오리 모양도 나비의 에벌레와 흡사하다. 실제로는 나비가 누에고치를 벗어나 나비의 날개를 펼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양귀비가 털북숭이 껍질을 깨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꽃잎도 그와 비슷하다. 한마리의 나비가 비상을 하다 바닥에 내려앉아 잠에 든 것같다. 양귀비를 오롯이 보며 느낄수 있는 즐거움이다. 다만, 비때문인지 원래 그런지 일주일 사이에 꽃이 피고 져버린 게 몇송이 되어 아쉽다. 매일 눈으로 담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원래 나는 꾸덕진걸 좋아한다. 무슨 말이냐면, 예를 들어서. 게임 마비노기를 굉장히 좋아하고 오래 했는데, 그건 삽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부가 되어 광물을 캐고 그걸로 재련을 해서 무기를 만드는 길고 긴 과정을 즐긴다는 말이다. 우선 스킬부터 찍으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참 오래 걸린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라는 말을 즐기는 변태이랄까. 인내는 일부러 만들고 찾아가니까 말이야. 아무튼 꽃밭도 그러했다. 작년 튤립 구근을 심어서 다시 피워내는 데 있어 그건 일 년의 시간이 아니라 2년에 가까운 시간의 기다림이었다. 2년 전 실패한 구근들도 끌어모아 도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피워내고 싶던 겹꽃 튤립이 있었다. 식샤탈리어스였던가. 아무튼 그 아이들이 봉우리가 생기고 피어나기 직전.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