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 455

[97/100 - 100개의 글쓰기] 바쁨에 대하여

요 근래 일이 있어서 상당히 바쁘다. 그럼에도 이 글을 빼먹지 않고 쓴다는 게 기특하다. 그런데 이 글마저 쓰지 않는다면 삶이 너무 바쁜 느낌일 것 같다. 잠시 짬 내서 쓰니까 스스로가 더 예쁘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사실 나는 바쁜 게 좋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그 바쁨을 어느 정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이걸 깨닫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작년 '수군작'님 고전학교 강의 후 토론시간에 질문을 하다 듣게 된 말이 '바쁜 것에 중독된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힐링'을 권할 텐데, 반대로 계속 바쁘게 살아가라는 말은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남편도 프로젝트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지라 ..

[96/100 - 100개의 글쓰기] 노동 드라마

카페에서 작업한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데스크톱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집에서 해야 한다. 매일 집에서 하다 보면 지루하고 외롭다. 그래서 노동 드라마가 필요하다. 다음은 노동 드라마 선정 기준이다. 1. 알아듣지 못하는 드라마여야한다. - 미드나, 중드, 일드 어느 쪽이든 알아듣기 쉽지 않아야 한다. 2. 격한 내용은 사절이다. - 스릴러나 공포나 시끄러운 드라마는 힘들다. 귀가 힘들다. 3. 가능한 밝은 드라마에 조용히 대화하는 게 좋다. - 이런 드라마를 틀어놓으면 일할 때 좋다. 노동 드라마를 켜놓고 일을 하면 나의 산만함도 잡아줘서 좋다. 너무 조용하거나 너무 깨끗하면 산만해지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을 드라마가 잡아준다. 종종 드라마에 빠져서 일을 살짝 미루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번 이상 본..

[95/100 - 100개의 글쓰기] 같이 싸우는 엄마

밤마다 남편과 영상통화를 한다. 주말부부기 때문에 잠자기 전 안부 통화를 하는 형태이다. 영상통화다 보니 처음에는 아이들도 재밌어했다. 그러다 점점 흥미를 잃자 영상통화가 지겨운 모양이다. 그냥 잠자기 전 얼굴을 비춰주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끊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는 곧 헤어진 아빠를 영상으로 다시 보아서 그런지 흥분한 큰 아이가 팔뒤꿈치로 내 눈을 가격했다.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나는 아픔에 팔로 눈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그리고도 큰 아이는 핸드폰을 가로채려다 내 가슴팍 위로 그걸 떨어뜨렸다. 아픔과 짜증에 큰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웅다웅하는 그 모습이 실시간으로 남편에게 전송되고 있었다. 다시 핸드폰을 찾아와 남편을 보니 광대가 승천하며 씰룩대고 있다. - 웃겨 웃겨? - ..

[94/100 - 100개의 글쓰기] 남편이 애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어.

어제도 내내 바빠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내 뒤 소파에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아니 왜 직장상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인 건지. 나는 조금 산만하게 일하는 편이라, 일을 하면서 드라마를 켜놓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또 뭔가 다른 일도 한다. 이렇게 글도 쓰고. 일할 때 작업하는 파일들도 죄다 펼쳐놓고 다 함께 다독이듯 함께 작업한다. 그래 보기에 엄청 산만하고 멀티태스킹 하는 것 같지. 그림은 괜찮은지 보려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보아야 한다.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다 보면 객관화된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이 급할 때는 파일들을 죄다 열어놓고 순서대로 이것저것 손대며 일하는 것이다. 그래, 자기 합리화 일수도 있겠지. ㅋㅋ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뒤에서 쳐다보니 어찌나 긴장되는지...

[93/100 - 100개의 글쓰기] 남녀공학 중학교

중학교는 남녀공학을 나왔다. 신설학교였어서 매우 휑한 곳에서 휑한 학교였다. 체육복은 학년별로 색이 달라서 체육복만 보아도 선후배를 알 수 있었다. 남녀공학이 흔하진 않았기 때문에 종종 남녀공학에 대해 질문을 받곤 했다. - 남녀공학 어때? - 음, 고등학교라면 모를까, 중학교 남녀공학은 철저하게 남자에 대한 환상을 깨주는 곳이지. 확실히 중학교정도 되면 여자들이 더 성숙한 편이라 남자애들이 한참 어린애로 보인다. 하는 행동이나 말들이 초등학교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자애들은 벌써 성숙함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더욱 남자애들이 어리게 보인다. 초등학교 때 하는 장난을 이어하던 애들이 많았다. 실제로 남자들의 사춘기도 여자보다 늦게 오기 때문에 딱 이 나이 때에서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확실히 깨진다..

[93/100 -100개의 글쓰기] 데굴데굴 데구르르

아이가 데굴거리며 굴러온다. 아침 기지개를 하고 뻗뻗하게 굳은 몸으로 데굴데굴 굴러와 내 가슴팍에 안겼다. 이내 긴장이 풀린 몸으로 폭안겨 늘어진다. 두눈은 지긋이 감은채 깼지만 모른척 엄마품에 안겨 늘어지는 모습이 귀엽다. 고양이 같은 녀석이라 부르면 도망가고 바쁘면 앵겨붙는다. 이럴때 엄마의 공격이 필요하다. 볼과 입술에 뽀뽀를 해주고 배에 방귀바람을 넣어준다. '푸르르르르~' 까르르륵 웃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떼었다 감는다. '까꿍'소리에 까르르르 다시 웃고는 얼굴을 이불속으로 박는다. '까꿍' 소리에 맞춰 얼굴을 들었다 묻었다는 반복하며 잠깨기 놀이를 마친다. 큰 아이도 곧 눈을 뜨고 온몸으로 깨어났음을 알리며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의 작은 장난에도 즐거이 웃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 큰딸과도 타조숨..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