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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00 - 100개의 글쓰기] 단칸방 침대

어릴 때 단칸방에 산적이 있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장사가 어려워져서 온가족을 데리고 인천으로 내려오셨다. 그때 하시던 장사는 슈퍼마켓이였다. 인천에서도 운이 안좋은건지 사업수완이 안좋으건지 점점 형편이 나빠졌다. 잠깐 그때 이야기를 하자면 슈퍼마켓을 차리면 그 옆에 큰 마트가 생기고, 큰 시장이 생겼다.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자리를 잘 찾으셨지만 자본의 한계로 망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러다 결국 두 분은 장사를 접고 취직을 하셨다. 집이 그럭저럭 괜찮은 빌라주택에서 두 칸 자리 셋방에서 단칸방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가 살던 단칸방은 우리 5식구가 살기에 작지만 딱 맞는 크기였다. 작은 농하나를 넣는 방한칸과 주방겸 거실이 작게 있었고 그 밖으로 도로를 향한 문이 하나 있었다. 방 한칸을 ..

[72/100 - 100개의 글쓰기] 소나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헤이카카오’에게 날씨에 대해 물어보았다. 12시경부터 비가 올거라고 한다. 둘째가 피부 알러지가 일어나서 병원에 갈참이라 확인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12시면 진료보고 어린이집 데려다줘도 충분한 시간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우리 아이 순번이 11번째다. 인기 많은 소아과라 이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면서보니 다른 부모들이 우산을 챙겨 들어온다. 창밖을 보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10시반정도인데 날씨를 알려준 헤이카카오가 원망스러웠다. 다른 곳 날씨도 찾아보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쌍둥이 유모차에는 레인커버도 있었지만, 정작 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진료 후 어찌할까 고민하며 비가 그치길 잠시 기다렸다. 아이들 어린이집은 데려다 줘야하니까 택..

[71/100 - 100개의 글쓰기] 잔소리와 애정행동의 차이

애정행동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게 없어서 일단 쓴다. 드라마를 보다 문득 잔소리와 애정행동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잔소리 하는 사람은 입으로만 명령한다. 치워라, 먹어라, 잠자라. 애정행동을 하는 사람은 함께 한다. 같이 치우고, 같이 먹고 같이 잔다.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재로 분류되는 아이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애들도 있지만,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남다름을 뽑내는 아이들도 있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고등학생이 있다. 그 아이의 아빠는 아이보다 먼저 일어나서 공부하고 아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다. 이 아빠가 바로 애정행동을 하는 사람이겠지. 이성적으로 나의 계획도 그러했는데, 게으름과 귀찮음이 어느새 나를 지배한다.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에게..

[70/100 - 100개의 글쓰기] 여행하는 삶의 자세

여행을 가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버스시간과 루트까지 철저히 짜서 가기 때문에 숨 가쁘게 돌아다니며 관광하는 편이다. 나의 이런 여행패턴이 바뀐 건 남편을 만나면서부터다. 남편은 여행 장소와 잠자리 정도만 정하고 발 닿는 대로 간단다. 나와 정 반대다. 나는 여행 자체보다 여행 계획 짜는 걸 즐긴다. 완벽한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갖고 있는 돈과 시간을 최대한 뽑아서 알차게 즐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런 여행은 사진으로 뒤돌아보아야 제대로 여행 느낌을 알게 된다. 한참 스윙댄스를 출때의 일이다. 유명 외국인이 와서 제너럴(소셜댄스)할 때면, 나는 촬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직관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만 보다보면 찍는데 열중해서 정작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나 느낌을 알 수가 없..

[69/100 - 100개의 글쓰기] 적응력이 좀 떨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한참 바쁘게 지내다 다시 여유로운 삶으로 돌아오면 또 적응하느라 정신이 멍한 상태가 된다. 일주일 정도는 손님맞이를 하느라 바빴고, 일하느라 바빴고 그리고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바빴다. 어제가 일주일 전 같기도 하고 일주일 전이 어제 같기도 하고 혼란스럽다. 다이어리에 적어서 하루를 구분하려고 했는데, 그 마저도 잊는다. 이러다 망각된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며 느끼던 경각심마저 무뎌지고 있다. 사실 하루하루가 바쁘다. 애들 챙기고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저녁에 무엇을 먹일지 고민하느라 중간시간의 사이사이가 채워진다. 뭔가 사 먹이면 시간이 더 절약되지만 그 편해지는 시간에 청소를 추가로 한다. 혹은 어디를 청소해야 할지 고민한다. 오늘은 다행히 집에서 쓸모없..

[68/100 - 100개의 글쓰기] 오늘 하루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별로였다. 요즘 종종 그렇다. 불규칙하게 잠을 자면 더 그런 듯한데, 그렇지 않더라도 냉방병스럽게 아프다. 이러다 큰 병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잠시 해본다. 손끝에 가시만 들어가도 파상풍을 걱정하는 타입이라 조금 더 오버해서 생각해본다. 원래는 캘리그래피를 배우러 가야 하는데, 아픈 핑계로 가지 않았다. 이런 날은 운동을 하러 가는 게 좋다. 운동을 가나 마나 한참을 고민하다 자전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돈 후에 운동을 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길하나 만 건너면 되는데, 문득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던 공원이 생각났다. 나는 그곳을 '나만의 정원'으로 삼았는데, 너무 오래도록 가지 않았다. 나만의 정원은 시에서 관리해주고 있어서 일 년 내내 아름답다. 예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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