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271

[99/100 - 100개의 글쓰기] 사람의 성향차이

나는 후천적 요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성장에 있어서 성악설보다는 성선설을 믿는다. 아이 하나를 키울때까지도 그렇게 믿었다. 둘을 키우면서 나의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었다. 비슷한 환경에서도 아이 둘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삼남매중 맏이다. 우리 삼남매는 각기 다른 빛깔을 가지고 있고 생김새도 판이하게 달라서 절대 삼남매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자랐지만, 내가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며 관촬하니 완전 새롭게 받아들어진다. 큰 아이는 외모는 아빠를 닮았지만 내면은 나를 닮은 구석이 많아서, 예민하고 감성적이며 활달하다. 둘째는 외모는 나를 빼닮았으면서 매우매우 건강하고 수더분하다. 큰 아이가 말이 상당히 빨라서 그게 표준인 줄 알았다. 둘째가 30개월이 되어서야 완벽한 한 문장을 말..

[98/100 - 100개의 글쓰기]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 아노~

'아노~ 괭이야 이리 와라~' 할머니는 고양이를 부르실 때, '아노'라는 단어를 쓰셨다. 어려서부터 시골에 맡겨져 자랐기 때문에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나는 고양이를 부를 때 '아노'라고 한다. 아이들 등 하원 때 고양이가 보이면 어김없이 '아노'라고 부르며 유모차로 따라간다. 아이들도 나를 따라 '아노'라며 고양이를 부른다. '아노'라는 단어나 '고양이'를 보면 할머니와의 추억과 시골에서의 고양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내게 할머니는 무척 특별한 존재다. 돌이 지났을까, 그때부터 나는 친가 시골 서산에 맡겨졌다. 유치원생일 될 때까지 였던 것 같다. 그리고 주욱 방학 때마다 맡겨졌다. 시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돌아간다. 이른 새벽에 일을 나간 어른들은 점심이 되어서야 들어오셔서 식사를 하시..

[97/100 - 100개의 글쓰기] 바쁨에 대하여

요 근래 일이 있어서 상당히 바쁘다. 그럼에도 이 글을 빼먹지 않고 쓴다는 게 기특하다. 그런데 이 글마저 쓰지 않는다면 삶이 너무 바쁜 느낌일 것 같다. 잠시 짬 내서 쓰니까 스스로가 더 예쁘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사실 나는 바쁜 게 좋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그 바쁨을 어느 정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면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이걸 깨닫는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작년 '수군작'님 고전학교 강의 후 토론시간에 질문을 하다 듣게 된 말이 '바쁜 것에 중독된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사람들은 '힐링'을 권할 텐데, 반대로 계속 바쁘게 살아가라는 말은 작은 깨달음을 주었다. 남편도 프로젝트가 다음으로 넘어가는 지라 ..

[96/100 - 100개의 글쓰기] 노동 드라마

카페에서 작업한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데스크톱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집에서 해야 한다. 매일 집에서 하다 보면 지루하고 외롭다. 그래서 노동 드라마가 필요하다. 다음은 노동 드라마 선정 기준이다. 1. 알아듣지 못하는 드라마여야한다. - 미드나, 중드, 일드 어느 쪽이든 알아듣기 쉽지 않아야 한다. 2. 격한 내용은 사절이다. - 스릴러나 공포나 시끄러운 드라마는 힘들다. 귀가 힘들다. 3. 가능한 밝은 드라마에 조용히 대화하는 게 좋다. - 이런 드라마를 틀어놓으면 일할 때 좋다. 노동 드라마를 켜놓고 일을 하면 나의 산만함도 잡아줘서 좋다. 너무 조용하거나 너무 깨끗하면 산만해지는 습성이 있다. 이런 습성을 드라마가 잡아준다. 종종 드라마에 빠져서 일을 살짝 미루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번 이상 본..

[95/100 - 100개의 글쓰기] 같이 싸우는 엄마

밤마다 남편과 영상통화를 한다. 주말부부기 때문에 잠자기 전 안부 통화를 하는 형태이다. 영상통화다 보니 처음에는 아이들도 재밌어했다. 그러다 점점 흥미를 잃자 영상통화가 지겨운 모양이다. 그냥 잠자기 전 얼굴을 비춰주고 잘 자라는 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끊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는 곧 헤어진 아빠를 영상으로 다시 보아서 그런지 흥분한 큰 아이가 팔뒤꿈치로 내 눈을 가격했다.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있던 나는 아픔에 팔로 눈을 지그시 눌러주었다. 그리고도 큰 아이는 핸드폰을 가로채려다 내 가슴팍 위로 그걸 떨어뜨렸다. 아픔과 짜증에 큰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웅다웅하는 그 모습이 실시간으로 남편에게 전송되고 있었다. 다시 핸드폰을 찾아와 남편을 보니 광대가 승천하며 씰룩대고 있다. - 웃겨 웃겨? - ..

[94/100 - 100개의 글쓰기] 남편이 애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어.

어제도 내내 바빠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내 뒤 소파에 앉아 나를 보고 있다. 아니 왜 직장상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인 건지. 나는 조금 산만하게 일하는 편이라, 일을 하면서 드라마를 켜놓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또 뭔가 다른 일도 한다. 이렇게 글도 쓰고. 일할 때 작업하는 파일들도 죄다 펼쳐놓고 다 함께 다독이듯 함께 작업한다. 그래 보기에 엄청 산만하고 멀티태스킹 하는 것 같지. 그림은 괜찮은지 보려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보아야 한다. 잠깐이라도 떨어져 있다 보면 객관화된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일이 급할 때는 파일들을 죄다 열어놓고 순서대로 이것저것 손대며 일하는 것이다. 그래, 자기 합리화 일수도 있겠지. ㅋㅋ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뒤에서 쳐다보니 어찌나 긴장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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